프랑스의 소설가 모파상은 그의 명작 소설 ‘여자의 일생’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의 말을 통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또 미국의 국민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그의 불후의 명작 시 ‘자작나무’에서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고 읊조렸다. 
 삶을 살다보면 때론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의미 있게 정의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어쩌면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철학적 물음을 던질 여유도 없이 그냥 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삶의 질곡에서 허우적거리며 마지못해 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인생은 ‘고해(苦海)’라고도 하고, ‘무상(無常)’하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세상의 권력과 명예, 부를 누리고도 스스로 생을 접는 경우를 종종 보면서 신이 내려준 행복의 평등권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심각한 철학적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죽음’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 과연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인류 역사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철학적으로 풀려고 하였으나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하는 것은 삶에서 모든 고통과 시련과 실망뿐 아니라 결국은 모두가 죽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사람은 과연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이 인간의 관심사다. 그 대답은 궁극적으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어떤 생각과 견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이 죽음에서 끝나버리고 그 후엔 아무 것도 없다는 게 확실하다면 이 세상 종교는 한낱 쓰레기에 불과할 것이다. 반면, 인생이란 더 나은 곳, 즉 영원한 곳을 향해 가는 길목에 잠시 동안 머무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당연히 죽기 전에 사후세계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역설적이지만 죽음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 삶에서 계속 좋은 것만 얻고 있다면 죽음이 그런 축복을 모두 앗아가기 때문에 죽음은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전체적인 차원에서 삶이 좋은 것들을 전혀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죽음이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삶은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고 있는가, 아니면 나쁜 것을 주고 있는가. 계속해서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삶인가, 아니면 삶을 지속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가? 이 문제가 인간의 철학적, 종교적인 화두로 떠오른다.
 인생의 참다운 가치는 무엇일까? 인간이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방법은 종교, 철학, 전통, 문화, 가문, 애국, 똥고집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는 불행한 삶, 혹은 저렴한 삶도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인생문제’라고 하면 아마 ‘돈’을 떠올릴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을 하고 피곤해하고 다시 다음날 돈을 모으기 위해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잔다. 어찌 보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실제 돈은 우리 삶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돈에 집착하고 돈에 얽매이는 이유는 역시 돈이면 불가능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고, 우리 사회 분위기도 돈이면 뭐든 해결이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세상은 만만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생명을 이어가기도 힘들지만 나름대로 의미나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가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인지라 자기 스스로 자기의 삶에 값을 매길 줄 안다. 그래서 남들이 값을 인정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인정하면 된다. 삶의 보람은 남이 느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 영 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