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서열 2인자였던 장성택이 결국 처형됐다. 전격 숙청부터 사형 판결, 집행까지 전 과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장성택의 처형은 북한은 물론 인류 전체 역사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잔인성을 보여준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북한 공화국 형법 60조에 규정된 국가전복음모행위다. 판결문에 나온 혐의는 어마어마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을 ‘놈’으로 지칭하면서 “영도의 계승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는 천추의 용납 못할 대역죄를 저질렀다.”며 “불순세력을 규합해 갖은 모략과 비열한 수법으로 당과 국가의 최고 권력을 찬탈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 “나라 전반의 사업을 쥐고, 중앙기관들에 깊숙이 손을 뻗쳐 ‘소왕국’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타도하기 위한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성택이 민심과 경제를 장악해 내각총리가 된 뒤 정권을 잡는 ‘2단계 정변’을 시도했다고 쿠데타의 시나리오까지 자세히 공개했다.
 과연 장성택이 정변을 일으켜 수양대군이 되려다 그냥 이무기로 끝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죄가 조작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설사 장성택이 정변을 계획했다 해도 변호인 없이 3일 만에 처형하는 것은 21세기 문명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장성택의 처형 직전에 찍었다는 사진도 공개했다. 군사재판 피고인석에서 국가안전보위부원으로 보이는 군인 2명에게 목과 팔을 잡힌 채 눈을 감고 서 있는 장성택은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짐승과 다를 것이 없었다. 눈가 주변과 수갑을 찬 양손엔 고문으로 인한 피멍 흔적이 역력했다. 그런 장면을 본다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서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장성택의 처형방법이 기관총으로 집행하고 시신을 화염방사기로 태워버린 걸로 전해지고 있어 상상만 해도 전율이 오싹 하며 소름이 돋는다. 이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나하곤 아무 관련 없는 일이지만 너무도 참혹하고 충격적이다.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공포정치의 전형이다. 절대 권력에 도전하거나 자기 말에 불충한 자는 누구라도 죽이겠다는 결의의 과시다. 역설적으론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가 아직은 불안정한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장성택 처형을 두고 나라 안팎에서 온갖 소문이 나돈다. 그의 측근 약 3만 명 정도가 피의 숙청을 기다리고 있다느니, 탈북자 수만 명이 중국 국경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등, 이로 인해 김정은 정권이 곧 붕괴될 것이라고 보도 하고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우리 사회에 극도의 불안감을 조성하게 만든다. 예컨대 북한이 붕괴되면 수백만 명의 북한 난민들이 한꺼번에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군과 한국군은 통일을 위해서 북한으로 진격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군을 개입시킬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진입한 중국군은 친중(親中) 정부를 세운 다음에야 철수할 것이므로 남북통일은 멀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사실 중국은 북한이 한국에 흡수통일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이 통일되는 걸 가장 두렵게 여기는 나라는 일본이다. 우리는 북한의 급변사태가 몰고 올 대혼란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장성택이 없는 북한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장성택은 비교적 온건파로서 북한에 중국식 경제개혁을 주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처형됐으니 그의 추종자들이 연달아 피의 숙청을 당한다면 북한의 경제개혁이 뒷걸음치고 내부의 극심한 권력투쟁으로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고 이는 인류의 영원한 힘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당 독재와 세습, 어떤 폭정도 영원할 수 없다. 권력은 오래 쥐면 삭아서 스스로도 지킬 수 없게 된다. 조카에 의해 군사재판에서 반역자로 강요당하면서 처형당한 장성택의 비참한 말로를 보면서 새삼 권력무상과 인생무상을 실감하게 된다.

  신 영 규/전북문협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