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 정보본부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질의응답이 우문우답이라는 수준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남북한이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고 질문했고 조보근 정보본부장이 “남한 독자적인 군사력으로는 우리가 불리하다.”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남북이 1대1로 싸우면 우리가 진다.”고 조 본부장이 답변했다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공개했다.
 그러자 여론이 들끓었다. ‘예산을 북한의 30~40배를 쓰면서 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전쟁에서 진다는 말을 어떻게 군인이 당연하듯이 말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정보본부장의 발언은 국민들의 자존심을 뭉개고 장병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다.’ ‘싸워보지도 않고 진다는 말부터 하는 군인에게 과연 우리가 세금을 내야 되나.’ 등 군에 대한 신랄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우리의 국방 예산은 34조원이고 북한은 우리 돈으로 1조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전력은 북한의 80% 수준이다. 그러나 단독으로 전쟁해도 북한은 멸망한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군은 바보들만 모여 있거나 아니면 우리의 전투력은 고무줄 통계나 다름없다. 아니, 국방비는 수십 배 쏟아 붓는데 전투력은 여전히 뒤처지고, 전투력은 뒤처지지만 싸우면 멸망시킬 거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사뭇 헷갈린다. 
 전쟁이 무슨 어린애들 말장난인가? 필자 역시 이에 대한 기사를 읽고 분노가 일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수준도 그렇고 국민의 세금을 펑펑 쓰면서 뻥도 못 치는 패배주의도 한심하기는 똑같다. 누가 뭐래도 군의 존재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최우선 목표이자 사명이다. 그런데도 정보본부장이란 사람이 군의 자존심을 뭉개고 국민의 분노를 살만한 답변을 했다. 나 같으면 ‘북한군이 양적으로는 우위를 점하나 질적으로는 우리가 앞선다. 이에 북한은 우리의 최첨단 무기를 의식해서 핵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군의 도움이 필요하다.’ 뭐, 이정도 말하면 되지 않나 싶다.
 전쟁은 무슨 올림픽 경기가 아니다. 또한 전쟁은 입으로,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싸우면 누가 이기나’ 식의 질문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우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질문이 종종 제기된다.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비해 수십 배의 예산을 사용하는 우리 군이 한ㆍ미 동맹에 의존하는 자세를 비판하려는 꼼수도 있을 테고, 실제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을 테스트해보기위함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조 본부장이 말려들었고 정청래 의원이 ‘잘 걸렸다’는 식으로 과장해 폭로한 꼴이다. 우문현답이 아쉬웠다. 국방력은 허장성세(虛張聲勢)로 되는 게 아니다. 내실과 실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문(愚問)에 우답(愚答)이 나오면 웃고 지나가면 될 일을 국방장관이 나서서 정색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국민들에게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이겨도 망하는 것이고, 져도 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전쟁의 비극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한국 단독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바탕위에서 초전에 승기를 잡고 적의 기선을 꺾어야 한다. 
 북한은 전력의 80%를 최전방에 배치해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호전적이다. 6ㆍ25전쟁은 물론 그 이후에도 수많은 도발을 일으켰다. 핵무기와 다량의 생화학무기 등 비대칭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북한이 공격해 올 때 우리가 입을 피해는 막대하다. 그래서 한ㆍ미 동맹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전쟁은 곧 패망’임을 북한이 철석같이 믿도록 해야 감히 도발을 못한다. 중요한 건 최첨단 무기가 아무리 많고, 한ㆍ미 동맹이 굳건하다 해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정신무장이 돼 있지 않으면 그 전쟁은 불리하게 전개된다. 곧 정신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우리의 정신무장을 새롭게 다져야 할 때이다.

 신영규/전북문협신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