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감사원장 후보로 경남 마산 출신인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명했다. 이어 검찰총장 후보에는 경남 사천 출신인 김진태 전 대검차장이 내정됐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연이어 PK(부산ㆍ경남) 출신이 최고 권력기관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이다. 특히 정부의 핵심 요직은 PK 출신이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경남 하동),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경남 거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부산)에 감사원장, 검찰총장까지 더해졌으니 ‘그들만의 인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게다가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경남 마산), 박흥렬 경호실장(부산)과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양승태 대법원장(부산)까지 PK 아닌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 총리나 김 실장은 과연 무슨 역할을 했을까 국민은 궁금해 하고 있다. 이 같은 편중 인사는 호남인의 홀대를 떠나 모멸감으로까지 인식돼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3일 광주광역시당 전남도당 대선대책위 출범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재 등용에 있어서 지역을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분들을 모시겠다는 게 확고한 의지다.” “모든 공직에 대탕평인사를 할 것이다.”그리고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때 국정의 키워드로 제시한 게 국민 대통합이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화해와 대탕평 인사를 약속했다. 당시 박 당선인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하겠다. 모든 지역과 성별, 세대와 사람을 골고루 등용해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리고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이다.”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하겠다.” 참 비단결 같은 말이다. 그렇게 이룬 국민통합으로 나라의 능력과 기운을 최대한 올려 다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멋진 청사진을 제시해 그를 찍지 않은 이들도 진심에서 우러난 박수를 보냈다. 그래, 바로 이게 박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강조한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10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 갈등과 분열은 사그라졌는가. 아니 갈등 분열 없는 세상이야 있을 수 없지만 그걸 조정하고 화해하며 또 포용하려는 집권 측의 노력이 눈에 띄었던가. 지지하지 않은 세력도 끌어안는 대 탕평과 야당을 소중한 파트너로 대우하는 국정운영의 묘가 과연 있었던가. 지금 생각하면 속았다는 말밖엔 다른 방법이 없다.
  지금 호남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특히 전북은 그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다. 만약 어떤 공직자가 특정지역 인맥으로 오를 경우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맥과 특정 지역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편중 인사는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에 있어서도 출신지역을 배려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편중 인사는 공직사회의 갈등과 불신으로 이어져 정부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치명적인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지역편중인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박정희 정권이 퇴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유신시절부터 고착화 됐고, 이후 영남군사정권이 이어지면서 호남홀대는 가중됐다. 이런 파행은 지역 간 갈등, 국론분열, 빈부 격차를 가져왔고, 지금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도민들은 진영 전 복지부장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박종길 전 문체부 차관 등이 낙마한 이후 후속인사에서 지역출신들이 발탁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현 정부의 주요 인사를 보면 실망을 넘어 분노가 느껴진다. 전북출신은 눈 씻고 봐도 없고, 특정 지역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과연 호남과 전북은 개밥의 도토리인가?
  참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도내 언론이나 야권에서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인사정책을 그렇게 꾸짖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논공행상의 패단 인사를 자행한 것이다. 하긴 경상도 아니면 국민도 아닌 걸 어제 오늘 아는 건 아니다. 이런 정권이 어찌 국민화합을 위한 민주적 정권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대로 지역 간 고른 인재등용의 대탕평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신영규/전북문협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