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어느 도시의 교회 바로 옆에 술집이 생겼다. 그러자 그 술집으로 인해 야기되는 술 취한 사람들의 고성방가, 음악소리 등으로 그 교회는 온전한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다. 결국 교인들 모두가 아름답고 경건한 예배 환경 조성을 위해 그 술집이 나가도록 기도하게 되었고 기도의 응답은 마침내 이루어져 술집이 문을 닫고 말았다.
 이에 술집 주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그 교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정 앞에 선 교회 대표 집사는 “우리가 기도한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꼭 그것 때문에 술집이 망했겠소?”라며 자신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이제 판결이 날 시간이 되자 모두들 판사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순간 판결은 다음과 같이 났다고 한다. “술집 주인, 믿음 있음. 교회 대표, 믿음 없음.” 결국 그 교회는 ‘기도는 하긴 했지만 실제로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신 거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으로 세상 사람들로부터 큰 망신을 당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술집이 망하게 된 원인이 교회의 기도 때문이라고 여기고 고소한 술집 주인보다 더 못한 모습을 보인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믿음으로 산다고 고백하는 오늘날 기도교인들 가운데도 이러한 삶의 형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도 믿음을 지니고 살고 있다며 신(神)을 방어할 수는 있다. 왜냐하면 믿음 그 자체는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으로는 언제든 믿음이 있다는 고백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믿음 뒤에는 반드시 행위가 수반되는 법이다. 말로는 “주여! 믿습니다. 죽도록 충성하겠습니다. 아멘!”이렇게 큰소리 쳐놓고 실제 행동에 있어서는 믿음 따로, 행동 따로인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인가.
 주택에 살고 있는 필자는 퇴근 후 자동차 주차문제로 매번 곤욕을 치른다. 주택이 밀집된 골목이라서 주차공간이 여간 비좁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 집 현관문 앞에 3대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긴 한데 조금 늦게 가면 내 차지가 못된다. 먼저 발견하고 먼저 주차하는 게 임자다. 그렇다고 내 땅도 아닌데 내 집 앞에 주차 했다고 차를 빼라고 할 수도 없다. 옆집 아저씨는 자기 차량만을 주차시키기 위해서 ‘주차금지’라는 푯말을 세워놓고 자기 공간을 매일 확보해놓고 있지만 난 그렇게 못하겠다. 그래서 간혹 밤늦게 귀가했을 때 주차할 곳을 찾기 위해 집 주변을 10여 바퀴 이상 돌 때도 있다. 문제는 집 옆에 교회가 있는데 그 교회 앞은 차량 5~6대가 넉넉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때론 그 교회 앞을 지나다 보면 주차공간이 텅텅 비어 있음을 본다. 그럴 때면 속으로 ‘저기다 받쳤으면 좋겠는데’ 하고 두리번거리면 웬걸, 외부차량 주차를 못하게 두꺼운 쇠줄로 바리케이트를 단단히 쳐놓았다. 그 모습을 볼 때면 교회에서 너무 모지락스럽게 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갈이 들 때도 있다. 물론 교인들이 주차하려고 만든 주차장을 타인이 사용하면 그들도 불편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공과 사를 분명히 구별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예배시간이 아닌 평일 날은 좀 개방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우리는 기독교인들의 믿음 따로, 행동 따로의 모순된 행태를 종종 볼 때가 있다. 명색이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체면을 위해서라도 무언가 달라야 하는데 교인이 아닌 사람이나 도무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교회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있고 인구의 3분의1 가까이가 신자라는 한국이 살기 좋은 낙원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정부패와 비리, 범죄와 가치관 상실, 퇴폐와 도덕붕괴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며, 세상의 가치와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의 가치와 기준을 따르고, 세상풍속을 쫓으며 세상을 본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형상을 닮아가며,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리스도를 본받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리스도인들이다. 그런데도 한국 교인은 빛 좋은 개살구 격이다. 교회에서는 믿음도 좋고 매우 열성적이다. 새벽기도, 주일 성수, 예배와 찬양, 헌금과 봉사 등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실제생활은 신앙심과 거리가 멀다. 믿음 따로, 행동 따로 인 셈이다. 그래서 복음전파를 가로막고 있는 최대 장애물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교인들 자신이다.

 신영규/전북문협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