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가장 많은 부인을 둔 임금은 태종과 성종으로서 각각 12명의 부인을 두었다. 이밖에 중종의 부인이 9명(폐위된 단경왕후 신씨까지 포함하면 10명), 선조와 정종의 부인이 8명이었고, 세종대왕은 6명의 부인을 두었다. 이는 정비인 왕후와 정식으로 교지를 받은 후궁들을 포함한 숫자이며, 이 외에도 비공식적으로 왕들이 거느린 첩이 더 있었음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구중궁궐에 아름다운 여인들이 지천으로 머물면서 오직 왕의 승은을 입기만을 오매불망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조선시대에 자녀를 20명을 넘게 둔 왕도 6명이나 된다. 가장 많은 자녀를 낳은 왕은 태종으로 아들이 12명, 딸이 17명이다. 성종은 16남 12녀를 두었다. 물론 후궁 소생도 포함된 숫자다. 성종의 후궁 숙의 홍씨는 10명의 자녀를 낳았고 태종의 후궁 신빈 신씨는 9명을 출산했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왕비도 있었기에 서자들도 왕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 사회에서 ‘축첩’은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오랫동안 저지른 관행이었고, 웬만한 양반이나 돈 많은 지새주들은 가난한 집 딸이나 기생을 첩으로 들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홍길동의 어머니는 양반의 노비첩이었다. 더구나 축첩은 아내 된 여성이 간섭할 수 없는 남성 고유의 일로 남편이 첩을 얻었다고 듣기 싫은 소리라도 한마디 했다가는 당장 투기했다 하여 쫓겨날 수도 있었다. 칠거(七去) 가운데 투거(妬去)이다.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첩은 사고파는 대상 곧 물건으로 취급되었다. 이를 극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경성부가 구상했던 ‘축첩세’이다.
  혼외 자녀 문제로 많은 권력자나 일부 재벌총수, 유명인들이 회자된다.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정일권 전 국무총리, 임택근 전 아나운서가 그렇고, 최근에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친자확인소송에 휘말렸다. 이게 다 불륜에 관련된 것이다. 불륜은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 행위’로 주로 “아내(남편) 아닌 여성(남성)과의 애정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의 쓰임새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혼한 사람은 단 한 사람의 이성(남편 또는 아내)과만 애정관계”를 갖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곧 일부일처제만이 옳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불륜 때문에 파생하는 가정파탄 등 비극은 한없이 많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불륜을 중심으로 다루는 극이 너무 많다.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이 같은 현실이 조금 씁쓸하다. 아무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지만 시청자 중에는 불륜에 대하여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아니, 실제 TV드라마에 나오는 불륜극을 보고 그것을 모방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가 있다. 
  요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으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TV뉴스나 신문에서 연일 특종으로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TV체널마다 전문가들을 참석시켜 문제의 의혹을 풀기 위한 대담까지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지난 며칠 동안, 조선일보와 채 총장과의 치열한 공방전이 진행됐다. 조선일보는 연일 혼외자식 관련 내용과 임모 여인의 편지 등을 내세워 의혹을 키웠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하여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을 꾸짖고 사실상 ‘검찰총장 하야’를 내세우며 채 총장을 코너로 몰아붙였다. 채 총장도 정정보도 요청 거부에 따른 소송의지, DNA 검사를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던 중 여기서 갑자기 법무부가 등장한다. 법무부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 논란을 잠재우며 일방적으로 조선일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것도 참으로 이례적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는 채 총장을 갈아치우겠다는 권력의 의지표명인 셈이다. 채 총장은 법무부의 감찰 카드에 전격 사퇴했다. 그가 사퇴결정을 내린 것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채 총장의 중도하차는 그의 의지가 아니다. 그 어떤 권력의 손이 조선일보라는 언론을 이용해서 채 총장을 찍어낸 것으로 사료된다.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은 채 총장을 쫓아내는 데 혈안이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로서는 채 총장이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검사는 그 권한의 막강함에 비추어 사생활도 도덕적이어야 하고 돈과 여자로부터 자유스러워야 소신 있는 검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도대체 이들이 세상에 무슨 죄를 짓고 무슨 피해를 끼쳤으며 공직 수행과 무슨 관계인가. 이런 면에서 과연 축첩은 범죄인지, 아니면 단순 도덕과 인륜에 관한 문제인지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

신영규/전북문협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