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0대 초반 이후의 어린 시절에 어머니에게서 종종 듣던 말씀 중의 하나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말씀이 있다. “어른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도 세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써먹기도 하였다.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훈계 말씀을 듣고 이해가 안 되어 갸우뚱하거나, 못마땅해 하며 반발하다가 야단을 맞는 일이 발생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어머니께서 나를 따로 불러 아버지의 말씀 경위를 얘기해 주며 이해를 시켜 보다가 끝에 가서 마무리 짓는 말씀으로 해 주셨다.
 세상살이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간의 미움과 갈등은 지나친 욕심에서 오는 이해관계의 문제와 각자의 입장 차이에서 생기는 의사소통의 단절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부모와 자녀 간, 주인과 종업원 간, 스승과 제자 간, 여.야정당간 남성과 여성 간, 인종 간, 각 나라와 지역 간, 종교 간, 생산자와 소비자 간 등의 여러 경우에서 많은 문제와 갈등의 원인은 상대방의 입장을 무시함에서 일어난다.
 부모와 자식 간, 또는 어른들과 젊은이들 간에 일어나는 불협화음이나 상호불신은 세상살이의 화두 중 가장 기본적이며 기초적인 문제로 생각된다. 그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 사회라면 다른 모든 문제들도 해결의 희망이 적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국가는 또 하나의 가정으로 우리들 개개인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막중한 영향을 주는 단위임은 재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난 60, 70년대에는 지금과 같은 각종의 맛있는 과자 등이 귀한 것은 물론, 배고픈 시절로 ‘떡’이라면 가장 좋은 음식이었다. 따라서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면 떡 같은 제일 좋은 것이 생긴다는 말씀이었으리라.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어 언어와 문화생활로 인류사회를 발전시켰다고는 하지만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비하면 모두에서 언급한 각양의 미움과 갈등, 그리고 투쟁 상황의 해결 업적이나 가능성 면에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버이의 말씀을 못 알아듣고 반항하며 딴 길로 가는 자식을 훈계하는 부모의 심정과, 그만 나무라라며 따로 불러서 설득해 보았으나 세대와 입장의 차이 때문에 다 이해시키지 못하고 ‘자다가도 떡’ 이야기로 끝을 맺는 어머니의 역할은 오늘의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상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사회의 심각한 분열에 따른 갈등과 고통 및 비생산적인 사회비용의 소모를 극복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자못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소회이다.
 그것은 인륜의 기본으로 자식 된 도리인 순종의 효를 가르치어 커 가는 자식의 인성을 잡아주면서, 한편으로는 어버이와 아들 간을 중재하되, 미숙한 아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치어, 지금은 이해가 안 되거나 잘 모를 때에는 우선 복종하는 것이 복 받는 길이라는 것을 전수하는 것이다.
 지금 이 사회에는 ‘어머니의 역할’인 아내의 중재를 인정하는 어버이도 없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남편의 윽박지름이나 핀잔을 감수하며 말리고 아들을 변호하는 어머니도 없다. 상처받을 자식을 위로하며 인륜의 길과 복 받는 지혜를 전수하는 아내 같은 조정자가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더욱이 어느 쪽도 그런 중재자를 용납하거나 배려할 여유가 없어 보이고, 사회적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음은 참을 수 없는 우울함이다.
 우리 사회가 따뜻하고 훈훈한 아름다운 공동체로 바뀌어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필자와 다른 생각과 의식을 가진 이웃과 사람들의 의견과 입장을 경청하여 주고 배려하는 지혜와 양보가 필요하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아직도 유효한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허 성 배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