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명을 결정짓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시간’, ‘돈’, ‘행복’이다. 시간은 삶을 구성하고, 돈은 삶의 수단이며, 행복은 모든 인류가 추구하는 공동목표다. 그러므로 시간, 돈, 행복은 마치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주어진 시간과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따라 우리의 행복이 결정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은 돈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돈이 많으면 절대적으로 행복할까? ‘행복’이라는 건 한 개의 목적이 달성되면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돈, 명예, 권력, 사랑을 손에 넣었다 해도 가족이 불치병에 걸린다면 그 가정은 불행의 늪에 빠진다.
  물론 돈이 많으면 행복의 조건을 어느 정도는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돈쓰는 재미로 살아가는 사람은 돈만이 행복이라고 말할 것이다. 장수도, 건강도 쉽게 얻을 수 있고 젊고 예쁜 여자(혹은 남자)와도 결혼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줄 수도 있다. 화려한 의복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사먹으며,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다. 이 모든 건 돈으로만 해결된다. 돈이 행복의 절대 조건은 아니지만 돈과 행복은 중요한 관계에 있다.
  그러나 가난한 시인 이태백과 그리스의 억만장자 오나시스의 삶을 비교해보자.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살다 갔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태백은 가난한 삶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만일 부자였다면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인간의 쓸쓸한 심사를 맘껏 퍼내며 삶을 노래한 시인, 이태백. 그의 본질은 세속을 높이 비상하는 대붕(大鵬), 꿈과 정열에 사는 늠름한 로맨티시스트에 있었다. 따라서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지 남이 평가하는 게 아니다.
  스페인의 시인 ‘게르오게’는 거리에서 한 평생 구두닦이를 하면서도 주옥같은 시를 남겼다. 그래서 그는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이런 가난한 시인으로 살겠다고 했다. 만일 부자였다면 시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시단의 중견, 함민복 시인은 고통, 고생, 가난, 외로움 속에서도 반짝이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해왔다. 부가 곧 행복이라면 시인 함민복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삶은 철저하게 외롭고 가난했다. 가난은 그의 글 곳곳에 배어있다. 그러나 시인은 가난과 고단한 삶을 그대로 끌어안으며 이게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삶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고 했다.
  물론 세속의 눈으로 보면 시인은 완전 거짓말쟁이다. 그러나 어찌 시인을 세속의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가. 시인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아름답게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시인은 혹독한 현실에 굴종하지 않고 꿈과 이슬을 먹고 사는 자다. 빛나는 내일의 꿈을 향해 사막의 오아시스를 질주하는 자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자다. 우리는 가난한 시인의 삶속에서 인생의 멋과 행복을 찾아야 한다. 시인의 마음이 아프면 세상은 병들에 있다.    

신영규/전북문협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