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 추진에 시청자들 반발

KBS가 최근 시청료 인상을 꾀하고 있는 데 대해 국민의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명국가의 현대인은 단 하루도 신문과 방송에서 벗어나서는 살아가기 어렵다. 아침저녁으로 신문을 읽고 방송을 듣는 것은 마치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화되었다. 전파로 각종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 주는 라디오와 텔레비젼 방송은 현대 대중매체의 꽃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느 집에서나 텔레비젼은 온 가족이 쉽게 볼 수 있는 중심장소에 놓여 있고 라디오나 스마트폰 정보는 한 가구당 여러 대가 갖춰져 있을 정도로 전파 매체 수신 기구가 흔해졌다.
방송 수신기가 이처럼 대량 보급된 것은 일단 좋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방송의 신속 정확한 보도와 공정한 논평이다. 방송은 그 대량정보 전달 능력과 그 동시성 오락 기능 때문에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방송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방송이 시? 청취자들에게 중요소식을 제때 보도하지 않고 편파적인 논평을 일삼는다고 할 때 대중이 입는 피해는 막대한 것이다. 여론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정치의 정상적이고 올바른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방송은 상업방송이건 공영방송이건 간에 그 공공성을 중요시 해야 하는 이유는 방송은 단순한 전파 매체가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언론자유를 행사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까닭이다.
민주국가에는 자율과 개방 그리고 다양성이 필요불가결하며 방송은 이런 다양성을 최대한 수용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방송이 2차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즘이나 일본 군국주의처럼 대중을 의도적으로 어떤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기 위해 획일적인 메시지를 반복 내보내거나 왜곡 편파보도를 했다면 그 방송은 이미 공정성을 잃었을 뿐 아니라 씻지 못할 엄청난 죄과를 범하게 된다.
국민이 MBC · KBS 등 『공영방송』의 편파보도(최근에 많이 개선되었지만)를 비판하고 있는 이 와중에 KBS가 또다시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거의 100%에 가까운 4.800원(KBS 이사회에 상정)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른바 KBS 개선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그동안 단편적으로 보도된 내용을 보면 편파보도를 예방하려는 근본적이며 구조적인 개혁으로부터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다. KBS1- 2 TV는 광고방송에다 정부보조까지 받으며 수신료 와 함께 큰수입을 하면서도 방만한 운영으로 적자를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편파적 운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KBS와 MBC를 함께 묶어 구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이 작업의 주체는 정부와 집권당이 아닌 제3자여야 한다. 가령 중립적인 대중매체학자, 양심적인 언론인, 대한변호사회의 대표적 인사, 중립적인 종교인, 주요정당을 대표한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성해 내는 것이 아니면 진정한 의미의 공영방송 개선안이 되기 어려울 것은 명백하다. 요컨대 한국방송정책의 개선은 앞으로의 민주화와 함께 가장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다. 생전의 김수환 추기경은 언론자유는 개헌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듯이『언론 매체의 꽃』방송정책의 올바른 정립이야말로 우리에게 부과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으뜸의 과제다.
한국방송정책의 개선을 위해서는 공/민영 2원 체제에로의 전환이 앞으로의 민주화와 더불어 다양성 있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데 안성맞춤일 것으로 믿는다. 공영방송은 지금과 같은 편파적 운영체제로는 각종 제도의 개방성 국민의 자율성 다양성을 수용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제도의 유명무실한 사령탑 격인 지금의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정치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독립기구로 개편하되 구성원들은 국회동의를 얻어 행정수반이 임명토록 해야 한다. 또 KBS · MBC 등 공영방송의 사장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임면(任免)하되 이를 역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운영의 모든 기본사항과 예산 재정에 대해서도 완전한 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영방송 운영 개선과 함께해야 할 것은 민간방송의 활성화다. 민간방송은 정보화시대 속에서 폭주하는 정보량을 공영방송과 분담 처리 할 뿐 아니라 자율화 국제화 시대에 요구되는 방송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방송문화 전진에 커다란 이바지를 할 것으로 믿는다. 공영방송을 먼저 시작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일본 등 선진국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공? 민영방송 병존(竝存)시대로 들어갔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허성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