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하고도 신비한 현상이다. 시간이 가장 심오하고도 신비한 현상인 이유가 무엇인가. 시간이 누구나 다 감지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시간의 정체가 무어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그것을 선뜻 설명하지 못한다. 일 년을 궁구하고 십 년을 궁구한다고 해도 명쾌한 해석을 내릴 사람은 없다. 백 년을 궁구한다 해도 그럴 것이다. 확정적으로 단정하거니와 인류 중에는 시간의 정체가 무엇인지 온전히 설명해줄 천재가 없다.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시간이 상존하면서 흐르는 현상을 동물들도 벌레들도 몸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사람은 동물이나 벌레보다 위대하다. 시간과 관련해서는 더욱 위대하다. 사람은 시간의 경과를 깊이 의식한다. 시간의 경과를 깊이 의식하는 것, 이것이 똑같은 생명체이면서도 사람이 만물의 영장으로 신의 형상으로 존중받는 이유일 것이다. 시간은 생겨나자마자 죽는다. 끊임없이 생겨나면서 죽는다. 그래서 시계가 필요하다. 시각을 알려주고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시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지성의 눈금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자연 현상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 진전될수록 인류는 아주 정밀한 시계를 계속해서 만들어 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정밀한 시계라면 세슘 원자시계를 말한다. 그러나 과학세계에서는 세슘원자시계에 대한 이야기가 고리타분한 소재가 된지 이미 오래이다. 세슘원자가 1초에 91억9천2백63만1천7백70번 진동하는 것에 착안해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원자초의 정의를 내린 게 1967년의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그 보다도 더 정확한 시계를 계속해서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펄서 현상에 주목했는데 그 현상이 어찌나 정확하고도 정밀한지 1억 년에 1초 오차도 안 나는 시계를 구상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무한대로 뻗어가는 상상력이 있다. 빛이 원자핵의 지름을 막 통과하는 순간에 대해서도 계산이 가능하다면 그에 맞는 시계 또한 제작해낼 수가 있을 것이다.
@시간은 두려운 존재이다. 시간이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그 보편을 함부로 보아서는 안 된다. 시간은 일방통행이다. 시간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시간은 거꾸로 가는 법이 없다. 천년 후에도 만 년 후에도 억 년 후에도 시간은 천천히 지속적으로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그래서 결국 시간은, 자신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갔음을 입증할 것이다. 우주 속의 시간은 같은 우주 속의 공간의 만큼이나 헤아리기 어렵다. 시간은 침묵한다. 시간은 자신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시간 속에 있는 사람들만이 이마를 짚고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뿐이다.
@시간은 앞으로도 영원히 무궁할 테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을 누릴 수는 없다. 사람들은 70년 내지 80년을 살다가 스러지는 아침이슬 같은 존재일 뿐이다. 모세가 시편 90편을 쓸 때와 달라진 것은 오늘날 아무것도 없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늘었다지만 아흔 살 까지 생명을 누리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백 살까지 산 사람을 만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세모에 사람의 어리석음을 생각한다.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생각한다. 그 아까운 시간들을 얼마나 많이 허비했단 말인가. 장수(長壽)가 단지 오래 산 것만을 말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성서 속의 인물 므두셀라는 969 년을 향유했지만 그뿐이다. 오늘날 전해지는 그의 유산은 그가 노아의 할아버지였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33년 반을 살다간 젊은 예수 그리스도는 그렇지 않다. 세상을 가득히 채우고도 남을 유산을 남겼다.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정녕코 돌이킬 수가 없으니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조만간에 닥쳐올 미래의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