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국가의 경쟁력이다

요즘 세대는 지식이 필요하면 먼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키를 누른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지식은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지혜와 감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모든 시대의 깨달음과 지식은 책속에 농축돼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비로소 감동을 받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무엇보다 독서는 인간의 미래를 바꾼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어린 시절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빌 게이츠는 회고한다. 콜럼버스가 세계적 탐험가가 된 것은 15세 때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읽고 꿈과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책은 교양과 지식의 저장매체다. 아무리 많은 서점과 도서관이 있어도 저장과 전시에만 머물고 사람의 손에서 멀어진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의 책은 죽음에 직면해 있다. 책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잇는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위기는 생산지점에서 출발한다.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최근 8년 간 동네 서점 수는 29.3%가 줄었고, 전국 대표 지역 서점들 역시 줄도산 상황이다. 판로가 좁아지고 책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출판사들 역시 내년을 점치기 어렵다고 울상이다. 특히 온라인 서점 5위 ‘대교리브로’가 결국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출판계는 큰 충격이다. 온라인 서점은 1997년 등장한 이후 할인ㆍ적립금 제도를 마케팅에 적극 이용하면서 오프라인서점을 잠식했다. 그러나 출판 불황이 이어지면서 2010년부터 성장률이 둔화되다가 지난해 아예 판매수익률 0%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국민의 연간 독서량은 미국 6.6, 일본 6.1, 프랑스 5.9, 중국 2.9권인데 비해 우리는 0.8권에 머물고 있다. 유엔 191개국 중 166위로 최하위에 그룹이다. 또한 우리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성인들의 고급 문혜력(文解力)은 20개국 중 19위다. 이러니 출판계가 불황에 허덕일 수밖에….
지식산업이 미래의 경쟁력이다. 국민들의 지력(知力)은 땅에 떨어지고 파편적인 정보만 쫓아다녀서야 창의력으로 승부하는 21세기에 뒤쳐진다. 정부도 달콤한 복지만 내세울 뿐 지식강국을 위한 청사진이 없다. 문화 없는 복지국가는 없다.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한 이순신 장군이나 민족의 기개를 보여준 안중근 의사도 지독한 독서력이 뒷받침 됐다는 사실은 책의 죽음, 책이 죽어가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자면 ‘국가경쟁력이 가장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지식의 창출력을 표출할 수 있는 기본은 독서에 있다. 다만 통신기기 등의 발전으로 독서의 형태는 바뀌고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식적으로 차분하게 앉아 읽는 독서의 형태가 점점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우저나 스마트폰을 통해 대충 읽는 독서 형태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기 힘들다. 비록 정보는 얻을 수 있지만 정서가 고갈되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21세기는 토지, 노동, 자본 등 눈에 보이는 것보다 지식과 정보, 문화의 창조력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경제의 핵심이 되고 국가발전의 원천이 되는 시대다. 그중 문화는 건강한 국민정신을 샘솟게 하는 동인이 됨과 아울러 한 사회 존립의 힘의 원친이다. 한 국가나 사회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문화는 그 뿌리와 같다. 시(詩)와 함께 삶을 윤택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최상이 바로 문학이라는 매개체인 것이다. 아무리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난립한다 해도 예술의 혼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영혼 속에 오래토록 남아있는 가장 진귀한 선물이 문학이 아닌가 한다.
인간에게 책이 없으면 돈이 없는 것과 같다. 돈이 없으면 배가 고파도 밥을 먹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이 없으면 마음의 배가 고파도 그 배고픔을 달랠 길이 없다. 우리는 육체의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지만, 마음의 배고픔은 더더욱 견딜 수가 없다. 무엇이든 읽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지 못한다.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듯, 때가 되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그러므로 독서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독서가 바로 국가의 경쟁력이다.

신 영 규/한국신문학협회 전북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