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한미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범죄의 종류도 다양하다. 방화 난동, 성폭행, 택시 강도, 뺑소니와 같은 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에 또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지난 2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주한미군 병사 3명이 경찰과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20대 초ㆍ중반인 미군들은 밤거리에서 비비탄총을 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피해 도주하면서 차량 4대와 행인을 쳤다. 그리고 미8군 영내로 숨어들었다. 미군기지 안으로 도주하기만 하면 우리 경찰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지난달 2일엔 주한미군 6명이 지하철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떠들다, 조용히 해달라는 20대 여성을 카메라로 찍고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7월엔 경기도 평택에서 미군 헌병들이 주차문제로 시비를 벌이다 민간인 3명에게 수갑을 채워서 연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주한미군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교통 관련 범죄로 2011년 165건이었다가 작년에는 상반기에만 166건으로 급증했다. 성폭행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5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11건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 5년간 주한미군 범죄가 2,000건 넘게 발생했지만 구속 수사를 받은 인원은 4명에 불과했다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이처럼 미군 범죄가 줄지 않는 건 우리의 수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탓이 크다. 우리 경찰이 미군을 현행범으로 붙잡았으면 직접 초동수사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미군 쪽 협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미군들이 부대 안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초동수사는 물론 음주 여부 측정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2001년 4월 개정됐으나 살인ㆍ강간 등 12개 중요범죄에 대해서만 미군 피의자의 신병 인도시기를 ‘재판 종결 뒤’에서 ‘기소 시점’으로 앞당겼을 뿐 여전히 우리 수사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주한 미군의 범죄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해답은 간단하다. 불평등한 한미 SOFA협정을 개정하면 된다. 한미 SOFA협정은 불평등할 뿐만 아니라, 그 불평등한 한미 SOFA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소파의 형사재판권(22조) 규정을 보면 주한미군이 특별대우를 받고 있으며, 범죄를 저질러도 빠져나갈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소파 22조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5항이다. 12대 중요 범죄와 관련해 미군 범죄자에 대한 신병 인도시점을 ‘기소시’로 한 규정 때문에 한국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당초에는 미군 신병인도 시점이 ‘최종심’이었으나 2001년 2차 개정으로 기소시로 당겨졌다. 더구나 양해각서 22조 5항에는 한국 정부의 인도 요청에 미군은 ‘충분히 고려한다.’고 돼 있다. ‘반드시’ 인도할 필요는 없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또 합의의사록 9항에는 “미 정부 대표가 입회하지 않은 미군 피의자의 진술은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으며, 소파 22조 7항에는 미군이 수감 중인 경우에도 미군 측이 조력을 요청하면 한국은 호의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밖에도 한국의 사법주권을 제약하는 조항이 적지 않다. 미군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를 받거나 피고인이 재판 결과에 항소하지 않으면 한국 검찰이 2심에 항소할 수 없도록 규정한 합의의사록 9항은 대표적인 불평등 조항으로 꼽힌다.
   우리는 그간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너무나 관대했었다. 이 기회에 주한미군의 강력범죄를 막고 국민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도록 불평등한 한미 SOFA 협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경찰과 검찰 등 국가공권력은 미국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엄격한 법 잣대를 통해 미군 범죄 피의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미국 또한 주한미군 범죄가 늘어날수록 반미감정이 심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신영규/한국신문학협회 전북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