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22일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이른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의 날’ 행사에 정부 고위 관리를 파견했다. 2005년 시마네현이 조례로 기념일을 제정한 이래 처음 있는 사건이다. 행사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청년국장을 비롯한 현역 국회의원 18명도 참여했다. 지방정부의 행사를 사실상 중앙정부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중대한 도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시마지리 정무관은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정부는 물론 현지인을 포함한 국민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조구치 젠베에 시마네현 지사 또한 “한국은 다케시마 점거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어 정말로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에 앞서 한 극우 정치단체는 예전 독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불법입국 혐의로 일본 검찰에 고발했다. 참 기가 막힐 일이다. 이는 자폐증적인 망동 이며, 후안무치하고 제국주의적 근성을 드러낸 날강도 같은 행태다.

  일본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다. 미국의 문화학자인 루스 베네딕트가 지적했듯이 ‘국화’(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칼’(전쟁)을 숭상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이러한 이중성은 지구촌 사회를 좀먹는 해악이 되고 있다. 일본의 고위 관료든, 보통 시민이든 겉으론 드러난 이미지만 갖고 판단하다간 뒤통수를 맞기 십상이다. 생각건대 일본 정신을 읽는 키워드 중 하나는 모순(矛盾)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온갖 만행에 대하여 단 한 번도 정직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독일은 자신들이 유대인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하고 학살한 사실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며 유대인들에게 용서를 구했고 거기에 합당한 배상까지 했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의 국모인 명성황후를 시해했고, 대한민국의 국권을 찬탈했다. 우리의 귀중한 자원과 문화재를 약탈해갔고,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해 노동을 착취했다. 심지어 꽃다운 처녀들을 위안부로 끌고 가 욕을 보였다.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영토에 대한 야욕과 집착이 강하다. 태평양 쪽에 있는 무인도나 암초들까지 닥치는 대로 자국의 영토로 편입시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저들은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 온갖 책동을 다하고 있다. 일본은 왜, 독도를 갖지 못해 안달이 난 것일까. 그것은 독도의 군사적ㆍ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독도를 군사적 거점으로 삼으면 일본ㆍ한국ㆍ러시아ㆍ중국 모두를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독도는 해산 중 수면에 떠오른 바위섬이다. 여기에 거대한 해상 기지를 건설할 수도 있다. 독도에는 하이드레이트 등 희귀한 지하자원이 많고 황금어장이 만들어져 있다. 일본으로서는 반드시 자국 영토로 만들어야 할 섬인 것이다. 그래서 일본 월간지 군사연구 2012 12월호는 ‘2020년 자위대의 독도 탈환작전’이란 가상 시나리오를 실었다. 병기(兵器)연구가 미타카 사토시(三鷹聰)씨는 “일ㆍ중ㆍ한이 작은 섬을 놓고 지독한 상황에 빠졌다.”며 “다케시마 탈환을 상상해 시나리오를 쓴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육해공 자위대에 명령을 내리고 2020년에 F-35 전투기를 독도에 출격시켜 제공권을 확보한 후 자위대가 독도에 상륙한다는 일종의 소설이다. 이 소설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가 이에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훗날 독도를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의 독도 도발은 앞으로 더 거세질 공산이 크다. 이미 초ㆍ중학생들에게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가르치고, 방위청 방위백서에 버젓이 자기 땅으로 둔갑시켰다. 지난달엔 독도 문제를 다룰 총리 직속의 정부조직까지 새로 설치했다.

  독도 문제는 영토의 문제고 주권의 문제다. 주권은 온전하게 지켜야 한다. 사안에 따라 부분적으로 지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영토는 1센티미터만 침범 당해도 주권이 침해당한 것이다. 1센티미터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도 전쟁을 치르는 수가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번 ‘다게시마의 날’ 행사들 두고 항의성명에 그쳐선 안 된다. 독도 접안시설이나 방파제, 독도해양과학기지 등 독도 주권을 더욱 공고히 하는 조치를 병행하여 일본의 영토 야욕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에 비해 30%에 불과한 독도 홍보예산도 증액하고 미국ㆍ중국과도 외교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신영규/한국신문학협회 전북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