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만료를 눈앞에 두고 권력형 비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측근 인사들을 특별 사면했다. 매우 유감스럽다. 특사 대상에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출범 시 “사면권은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최시중ㆍ천신일씨 등을 특별 사면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법 감정에 위배된 이번 특사는 역대 최악의 권력 사유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들에게 면죄부를 줘 스스로 원칙을 훼손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우리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특사조치 후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한다.”고 밝힌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돈 있고 힘 있으면 사면되는 관행이 일반화되는 사회에서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만으로 측근들을 사면한다면 법 집행의 형평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회통합에도 어긋난다. 사면은 법원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한 것을 무효로 하는 것인 만큼 사법권이 국민 정서보다 과도하게 행사되는 경우에만 행사되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사면으로 보은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면 고유권한을 넘어 권력을 사용화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임기 후 맞을 수도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장치로 측근을 특별 사면했다면 더 큰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가 “특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강변한 것은 권력을 이용한 임기 말 측근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설을 앞두고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이라면 비리 공직자와 정치인 대신 민생범죄자를 사면했어야 옳았다. 삶이 힘들어서 부득이 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민생범죄자는 주장하기를,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자기네들이 저지른 것은 새발의 피라는 것이고, 자신들은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면은 사면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항소를 포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정권의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 그들이 시종 무죄를 주장하고도 항소를 접은 것이 이를 말해 준다.

  범죄자의 사면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재범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 풀어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그런 원칙도 없이 풀어주는 것은 마치, 강도 살인자를 대로에 풀어주는 것과 무엇이 다를 수 있는가. 특히 고위인사의 돈과 관련된 범죄는 더 엄하게 다스리는 것이 선진국들의 예인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고위인사, 유명 인사들의 비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제도개혁이다. 우선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일반사면과는 달리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자칫 국가권력을 사적, 자의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사법권을 무력화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사면권이 횟수, 대상, 폭 등에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우리와 달리 대부분 정치선진국들이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다.
   마침 민주통합당에서 대통령 임명 정무직 공무원이나 부정부패 연루 고위공직자와 권력형 비리 범죄자를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여야 정치인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조속히 검토해 처리하기 바란다. 사면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강화하도록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 같은 사태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 사유화는 주권자에 대한 배신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법적ㆍ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에 더해 형 선고나 복역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해야 대상이 되도록 하고, 정치ㆍ선거사범이나 부패 공직자, 권력형 비리사범, 반사회적 중범자 등은 사면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신영규/한국신문학 전북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