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시간은 분절되는 법이 없이 앞만 보고 내달린다. 하루, 한 달, 24절기, 한해 등으로 매듭을 지움으로써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활력을 얻고자 한 것은 인간의 지혜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지난해는 교수신문이 밝힌 대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의 해였다. 이는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못해 세상이 혼탁하다는 의미다. 거세개탁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로 온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서는 홀로 맑게 깨어있기가 쉽지 않고, 깨어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 힘든 처지를 나타내는 의미로 쓰인다. 그만큼 2012년 한 해 대한민국이 계층과 계파를 초월해 모든 부분에 있어서 혼탁했다는 말일 것이다.
이에 2013년 새해 사자성어로 교수들은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을 선택했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되, 낡은 것의 가치도 다시 생각하고 새 것의 폐단도 미리 봐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우리 선인들은 이럴 때일수록 내 마음에 선과 악이 드러나기 전 그 조짐을 살피고, 세상이 맑아질 지 혼탁해질 지 그 흐름을 미리 살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대선이 한국 사회에 남긴 큰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아침의 화두는 각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고 설한풍에 얼어붙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간구의 목소리다.
2013년 계사년은 뱀의 해다. 뱀 중에서도 흑뱀의 해다. 사람들은 뱀은 징그럽고 간교한 이미지가 강해 부정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동시에 뱀은 지혜로운 영물로 취급받기도 하고,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뱀이 크면 구렁이가 되고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가 되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거나 어떤 계기를 가지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민속체계가 있다. 각계의 지도자는 뱀처럼 영득한 지혜를 발휘하여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이제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털어내고 새해 아침 첫 출발의 설렘과 부푼 꿈으로 희망가를 불러보자. ‘희망’이란 말만 들어도 누웠던 풀이 일어나고, 잠자던 토끼가 기지개를 펴고 고고한 새벽닭 울음소리를 듣는 것처럼 우리의 가라앉은 마음을 툭툭 쳐 기상시킨다.
그러나 새해가 밝음과 동시에 지난해에 대한 반성과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힘은 들겠지만 풀어야 할 숙제라면 올 한 해 그에 맞는 대책과 방법을 강구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대선을 통해 고질적인 지역갈등, 세대갈등, 이데올로기 갈등,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됐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구악을 퇴치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함께 희망과 화합의 국민의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물론 박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이념ㆍ지역ㆍ계층ㆍ세대를 아우르는 대탕평 인사 등 구체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꼭 그 약속이 100% 지켜지기를 바란다. 아울러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48%국민의 마음도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2013년 계사년, 국민이 바라는 ‘프로젝트’는 다시 희망이다. 2030 젊은층과, 5060 중노년층의 세대갈등, 보수와 진보진영 대립은 대통령 선거 주요후보의 득표율 51.6%대 48.0%라는 절묘한 수치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희망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던져진 화두였다.
사회 문턱에 막힌 청년층, 거리로 내몰린 장년층,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층까지 일자리를 창출하라며 아우성이다. 대기업 ‘공룡 상권’에 숨죽이는 골목상인들은 서민경제와 양극화를 해소하라며 목청을 높였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뭐냐며 눈을 부라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계사년 새해에는 소통과 화합의 영역을 넓혀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반목과 갈등을 털고, 화합과 소통의 길을 닦아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설렘과 기대로 새해를 맞는 독자들의 얼굴에도 기쁨과 희망의 웃음꽃을 피우길 소망한다.
신영규/한국신문학 전북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