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한 사회를 엮어서 이끌고 가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는 어려운 일이고 정답이 없는 일이기도 한다.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차선을 추구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정치란 항상 그런 것이니 이런저런 얘기해봐야 소용없다고 하는 것도 바른 태도는 아닐 것이다. 정치는 그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해야 되며, 그 역할을 못할 때 그 사회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퇴보할 수 밖에 없다.

정치에 대한 비판이 현재 정치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에 그쳐서는 않된다. 잘못된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잘못된 정치 환경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정치의 문제점을 한 두가지 이야기 해보자.

첫째는 예측불가능성이다. 예측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고 가닥을 잡기도 힘들다.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대선이 아홉달 반 밖에 남지 않았는 데도 후보군이 아직 잡혀있지 않다. 총선이 한 달 밖에 안 남았는 데 많은 지역에서 아직 주요 정당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또 후보의 정체성, 도덕성 및 누가 유리한지에 대해서도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

예측이 힘든 것은 질서가 없기 때문이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기능이다. 그런데 주요정당의 공천과정을 보면 실질적인 질서는 고사하고 형식적인 질서마져 없는 것 같다. 경기를 하고 있는 사람도 규칙을 잘 모른다. 축구를 하고 있는지 럭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뛴다. 강자와 약자가 잘 구분되지 않아 승부결정이 로또처럼 보이니 실력이 많이 부족한 선수들이 요행를 바라고 뛰어들기도 한다. 정치를 장난처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왜 규칙이 없는가? 이른바 당권을 장악한 사람들이 재량권을 행사하려 들기 때문이다.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라는 것이 있어 겉으로는 이런 저런 명분을 내세우나. 결과적으로는 당권을 가진 사람들이 철저히 자기 세력 확장에 이용한다. 경기마다 다른 규칙을 쓴다면 그것은 이미 규칙이 아니다.

둘째는 공급자 중심의 정치다. 수요자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주요 정당들이 일정지역에 독점적 기반을 갖고 있는 현실이다. 아치피 선거기간 동안 지역감정이 고조되어 표가 쏠리기 마련이니 좋은 후보를 내세우지 않아도 된다. 나라와 지역에 필요한 사람들보다 지역 정당안에서 계파정치에 강한 사람들이 득세한다. 정책경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측불가능성이든 공급자 중심의 정치든 그 뿌리는 패거리 정치문화에 있다고 본다. 친이니, 친박이니, 친노니 하는 패거리들 말이다. 나라의 발전이나 지역발전보다 자기 세력의 확장에 몰두하는 조폭정치가 문제다. 국익보다 정당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정당의 성공보다 자기 계파에 대한 충성심이 우선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안팍으로 도전 받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을 이끌어야 할 정치가 제 기능을 하려면 새로운 정치문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패거리 정치부터 과감히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채 수 찬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