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없이 뚜벅뚜벅, 발길을 옮기면 옮길수록
아무리 낯설게 하려 해도 낯설지 않다
뭐지, 뭐지, 바보처럼, 혼잣말만 중얼거린다
허송세월(虛送歲月)이 낯설지 않다
머릿속은 이미 하얗게 눈이 쌓여 무아지경이다
-박여범 시인 ‘낯설지 않다’ 전문-
‖시(詩)를 담다‖
어느 날인가, 뚜벅뚜벅 마냥 걸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 있다.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뭐라 표현할 수는 없어도 친숙하다. 눈에 익어 반갑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공감과 추억을 넘치고 넘쳐난다. 그런데도,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만 하얗다. 그렇게 2022년 첫 번째 달의 어느 날에 목표도 없이 마을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정겹고 익숙한 그림을 눈에 담았다. 마음에만 담아두기에는 어설픈 감정 때문만은 아니다.
‘낯설게 하기’란 ‘친숙하거나 인습화된 사물이나 관념을 특수화하고 낯설게 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표현하는 방법’이다. 주변을 돌아보며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것들과 눈을 맞추며 살아보자. 아름다운 세상을 눈에 담아 보자, 그리고 살포시 다가올 여유와 행복을 향해 두 팔을 벌려 짜릿한 포옹을 함께 나누자.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