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너머에 가지런히
고개 숙인 지는 연잎을 바라본다
누군가에게는 시작이
또, 어떤 이에게는 끝이
다, 그렇게 다를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삶의 무게가 부끄러워진다
약속이나 한 듯 가지런히
고개 숙인 연꽃 어르신과 가느다란 눈이 마주친다
첫발을 내딛던 지팡이는 살포시 웃음 지으며
어서 가라 손짓하는 흰머리 연꽃 어르신의 잔잔한 미소다
-이 정도면 잘 살아온 거야
-부디 아름다운 청춘을 헛되이 보내지 말길
-우리 잘 살아온 거 맞는 거지
전해오는 세 문장에
핑 돌아내리는 눈물을 참아내기 어렵다
먼 산 바라보며 떠오르는 태양을 그림자 삼아
손수건만 축축하게 멍든다
-박여범 시인 ‘지는 것들에 대하여’ 전문-
‖시詩를 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지는 것이 있다.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싫어하는 일이 있다. 극과 극을 달리는 팽팽한 대립은 어정쩡한 시간을 허락하기가 쉽지 않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인 것처럼 만만하지 않다. 이처럼 모순적인 궤적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운동이라는 핑계로, 건강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처럼 자주 걷는 덱 길이 있다. 그 길에는 다양한 사람과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다가오는 눈에 담기는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십이월 중순이다. 그중에서도 찬란한 여름과 가을을 지나 이제는 가야 할 때가 된 연꽃 가족이다.
멀지 않은 시간, 나의 현실이 될 풍경이 정겹다. 은근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삶은 희망도 불행도 될 수 있다. 돌아다보는 성숙한 사랑을 쌓아가자. 그리고 세상이 허락하는 한 사랑하고 함께하자. 소중한 것과 이별하는 그 날, 울지 말고 웃으며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