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시인 -짝사랑- 전문)

누군가와 살짝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돌아서기가 무섭게 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렇다면 관심을 넘어 사랑일 가능성이 크다.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고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 그렇다면 심장을 뛰게 하는 출발점은 어디일까? 누구나 감기처럼 지나가는 성장통이라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하고 아까운 시간과 추억이다.

언젠가는 스치듯 어깨만 가볍게 스쳤을 뿐, 그가 누구일까 궁금하다. 마치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며 자기의 감정을 이입하는 그런 때도 있다. 이슬만 먹고 사는 건강하고 생기가 넘치는 사랑스러운 이성을 짝사랑한 경험이 있다.

오십에 들어서다 보니, 익숙한 엘리베이터에 퍼진 코를 자극하는 향수 냄새가 역겹다. 나에게는 이렇게 역겨운 향수가 그 누군가의 심장은 붉게 물들어 터트릴 것이다.

오늘따라 짧은 인사가 심장을 뛰게 하는 윗집 반려견 순진이를 만났다. 개나 고양이, 돼지 등 반려동물이 가족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순진이가 눈에 들어온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다가온 커다란 눈은 그렇지 않은 일시적 통증이란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도 언제인지 모르게 내 허락도 받지 않고 순진이는 우연이라는 핑계로 순진이가 자리를 잡았다.

고것이 그냥저냥 놔두면 지나가는 벼룩만 한 무게라도 지나가는 가랑비가 그리워 먼 하늘 바라본다. 이러한 사실은 이름이 /거시기한 윗집 반려견 순진이도 절대 몰라야 하는/누구도 절대로 몰라야 하는/깊은 거그 익숙한 거시기는 붉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누구나 하나는 품고 있다. 소리 없이 다가와 좋아하지만 절대 모르는 것이다. 그것이 짝사랑이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