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똑같다
태어날 때는 똑같이 모두가 차별 없이
그렇게 태어난다
부끄러움도 모른 채
벌거벗음도 세상을 향해
힘찬 호흡으로 세상을 만난다
삼사 킬로의 작은 거인처럼
보들보들 우람한
아기(Baby)는 나약하다
걱정할 틈도 눈 한 번 감았다 뜰
찰라도 허락하지 않는다
보들보들 아가는 강한 사람으로
우리의 거대한 희망으로
세상과 긴 호흡을 한다
그때는 모두 자신만만하다
세상이 가소로워 보이기만 했다
그런, 가소로워 보이는 시간을 십여 년 보내고
살며시 돌아다보니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것은 바로 노력의 차이다
다시 허망한 십 년을 보낸다면
엄청난 거리감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태어날 때는
모두가 똑같이 태어났는데도
(박여범 시인-태어날 때는-전문)
‖시詩를 담다‖
자신의 노력이 부족함을 탓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쉽게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핑계와 알리바이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겉으로는 ‘내 탓이야.’ 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님을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으려 한다.
사람은 모두가 차별 없이 똑같이 태어난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벌거벗음이 당연한 것처럼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르며 태어난다. 나약하지만 강한 세상과 긴 호흡으로 살다 보면, 보이지 않는 차이가 나타난다. 부모의 지위나 환경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 데도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가소로워 보이는 시간이 십여 년 흐른 뒤 친구를 만나면 멋짐에 탄성이 나온다. 가끔은 그가 부러워 질투심이 일곤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세월은 절대 가소롭지 않다. 가소로운 세월은 없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른 삶 속에서도 목표를 정해 노력하는 수많은 손의 분주함이 있다. 보일 듯 말 듯, 소리 없이 노력하는 아름다운 발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속담처럼, 빗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개울이 되고 강을 이루어 바다로 나간다. 소소한 일상이 소중한 이유가 여가에 있다. 혹여, 자신의 능력이 아닌 타인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치 그것이 자신을 속이는 병의 근원임을 알지도 못하고 있는 것인지? 여러 가지 생각이 앞서는 시간이다.
키워드는 ‘사람’, ‘노력’, ‘차이’, ‘현실’이다.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것은 바로 노력의 차이다
태어날 때는 모두가 똑같이 태어났는데도……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