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은 효녀 심청이가 용궁에서 물 밖으로 타고 나왔다는 설화로 알려진 꽃이다. 연꽃은 흙 속에서 올라와 화려하게 피어난다. 그래서 둥글고 원만한 모양의 연꽃은 예로부터 학자들은 군자의 성품으로 비유되었다.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가까이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늘 그랬듯이, 별생각 없이 교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모내기를 마친 논을 바라보며, 마치, 내 논인 듯 어깨가 올라가고 흐뭇했다. 저 멀리 보이는 연분홍 향기 가득한 논길을 신선처럼 걸었다. 별생각이 없어, 눈에 보이는 연꽃이 예뻐 보이질 않았다. 아마도 기억된 회로에서 먼저 인지하고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으로 기억한다. 기대에 기대하고 마음이 앞서 슬리퍼가 벗겨지는 굴욕에도 씩, 웃으며 연꽃 마당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눈에 담은 연꽃은 작고 소박하다 못해 벌레가 잔뜩 자리 잡은 시골 촌놈처럼 다가왔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딱, 그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기대 없이 만난 연꽃은 몽글몽글 연분홍 춤사위에 휘둥그레 커진 눈동자를 가득 채워준다. 거기에다가 사악 스으윽 쓱 소리를 내며 아련하게 터지고 터지기를 멈추지 않는다.

논에 자리를 잡은 개구리 가족, 물오리 가족, 우렁이 가족 모두 다 함께, 앞 다투어 연꽃 만나기 방울방울 전쟁터 된다. 이때, 이웃집 백구가 연꽃 향기에 취해 킁킁킁 냄새 따라 떠나고 빈 곳만이 남는다.

연꽃 가득 웅덩이에는 언제 나왔는지 범숙이가 고추잠자리 따라 동네 마실 나와 있다. 미친 범숙이는 귓가에 연꽃 한 송이 멋들어지게 자리를 잡으니,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만 가득가득하다. 

난, 오늘도 연꽃을 만난 행복한 비명을 소리 없이 질러본다.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지긋이 바라보며 마음이 머무는 그대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그냥, 시 한 편을 끄적끄적해 보았다.

몽글몽글 연분홍 춤사위에

휘둥그레 커진 눈동자 가득

사악 사악 스으윽 

아련하게 터지고 터지는

개구리 가족

물오리 가족

우렁이 가족. 앞다투어 연꽃 만나기

방울방울 전쟁터 되고

연꽃 향기에 취한 이웃집 백구가  

킁킁킁 냄새 따라 떠나면

고추잠자리 따라 동네 마실 나온

범숙이 귓가에 피어나는 꽃송이엔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만 가득가득하다    -박여범 <연꽃> 전문-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