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 나 자신을 돌아다보면 능력은 제로이다. 그런데 주어진 일은 일당백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누구나 제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결과 역시 최선이길 희망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주어진 조건과 짜인 무대에 주인공도 아닌 카메오로 등장하는 일반 민초의 삶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시골 출신에,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 명문 학교 출신도 아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힘들지 않았다는 말은 말짱 거짓말이다. 어떤 일이든 주어지기만 한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해결해 낼 자신도 있다. 그런데도 그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늘 형평성과 공평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표면적으로는 공평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있는 코드 인사가 만연한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아직도 이 사회는 ‘썩은 물’이 넘치는 형국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때때로 자신이 계획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상황에서 나 자신의 삶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무서운 현실이다. 우리는 이것은 선택이라는 말로 자신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왜, 왜 이러지? 이게 무슨 일이야? 등 상황에 맞는 적절한 분석과 대처만이 찰나의 인생을 알차게 만들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청년 세대를 바라보면서 나 자신의 20대와 30대를 떠올려 본다. 그때 나는 매일 매일 정말 많은 땀을 쏟아내며 걷고 또 걸으며 돈 벌기 어렵다는 현실을 몸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주변의 걱정을 덜기 위해 바쁘다는 말과 힘들다는 말을 웬만해서는 꺼내놓지 않았다. 다 마음에 담아두고 내가 짊어지고 간다는 정말 멍청한 방법을 택했다. 이러한 내 생각을 지배한 것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너무 잘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시절, 게시판과 전봇대에 붙어 있는 구인광고를 보고 수많은 면접과 일터를 찾아 시내 버스비를 소모하던 시절이었다. 어찌어찌하여 어렵게 잡은 아르바이트 자리에도 일단 인정을 받아야 하고, 인정을 받아야 그래도 일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도 가져온 결과는 항상 새로운 임무로 대처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이 후회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심심함과 무료함으로 선배와 커피를 마시던 자리에서도 나는 곧은 자세로 인간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적이 없었다. 선배의 여자 친구 이야기나 가정 문제를 상담해주고 들어주면서도 말이다.

왜, 그랬을까? 그때 그 시절 내가 나를 오픈하고 이런저런 상담과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어쩜 지금보다 나은 삶이 내게 주어졌을까? 딱히, 그런 결과는 무지개이면서 뜬구름일 가능성이 크다. 고병권은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아는 것은 '안 되는 이유' 백 가지를 아는 것보다 중요하다. 물론 '안 되는 이유'도 참고는 해야겠지만, 실행을 가능케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것이 '되는 이유'이다.……”(고병권, 『철학자와 하녀』-철학자와 하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메디치미디어, 2014년. 50쪽 참조.) <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