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거미줄 같은 나이테의 무게

‘사색’이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이다. 유의어로는 ‘사유’, ‘명상’, ‘사고’ 등이 있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미래지향적인 삶의 활력소가 바로 사색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에서 많은 사고는 ‘발전적이지 못한 자기 발목 잡기’가 될 수도 있다. 

장맛비 지나간 하늘

옥색 물감 들인 듯

한 폭 수채화 같다

포근한 양떼구름 흘러가는 오후

멍~하니 바라보는 

이 순수한 시간들

오랜 세월 버티어온 느티나무 등걸에

숨겨놓고 싶다

등 굽은 고목이 순간 시심 되어

한 잎 한 잎 나뭇잎 새

정겨운 시로 노래한다

바람이 흐느적일 때마다

거미줄 같은 나이테로 

한 줄 두 줄

정성스레 자서전 써 내려간다  (-‘사색’, 위의 책, 116-117쪽.-전문) 

위의 시에서는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게 하는 사색의 시간이 필요함을 공감할 수 있다. 시인의 마음은 /장맛비 지나간 하늘/옥색 물감 들인 듯/한 폭 수채화 같다/는 표현에서는, 마치 푸른 하늘을 수놓은 한 폭의 수채와 같은 시인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하늘은 언제 먹구름을 동반한 장맛비가 지나간 것인지 모르게 옥색 물감을 들이고 있다. 

/포근한 양떼구름 흘러가는 오후/에 /멍~하니 바라보는/이 순수한 시간들/이 /오랜 세월 버티어온 느티나무 등걸에/숨겨놓고 싶은 시인을 공감하지 않을 독자는 없을 것이다. 시인과 독자를 떠나 우리의 삶이 어무나 닮아있는 시적 표현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짠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살그머니 맺히는 시행이 있다. 바로, /등 굽은 고목이 순간 시심 되어/한 잎 한 잎 나뭇잎 새/정겨운 시로 노래한다/는 표현에서는 많은 시간 함께해 온 자신을 ‘등 굽은 고목’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늙을 수밖에 없는 현세의 삶에 대한 시심을 한 잎 판 잎 담아내어 정겨운 시로 토해낸 시인의 고통이 눈가에 촉촉한 이슬로 피어난다. 

황혼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시인은 /바람이 흐느적일 때마다/거미줄 같은 나이테로/한 줄 두 줄/정성스레 자서전 써/ 내려간다. 왜냐하면, 자기만의 시간에 대한 정리가 바람마저 흐느끼는 아쉬움도 거미줄 같은 나이테는 변함없이 쌓여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부정해 봐도 거울을 통해 비치는‘ 등 굽은 고목’의 나이테는 수용해야만 하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