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황혼, 민들레 홀씨 되어

황혼의 기본의미는 ‘해가 뉘엿뉘엿하여 어두워질 무렵’, ‘세력이나 나이 따위가 한창이었을 때를 지나 쇠퇴하여 종말에 가까운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명사다. 예시 문장으로는, ‘권력에는 반드시 황혼이 있는 법이다’, ‘나는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면서 자꾸 지나온 내 생애를 뒤돌아보게’ 된다. 유의어로는 ‘늘그막’, ‘땅거미’, ‘석양’(夕陽), ‘말경(末境)’, ‘말년(末年)’ 등이 있다.

불현듯, 나는 ‘늘그막’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곧 다가올 ‘황혼’에 나의 모습이 어떠할까? 등등 이런저런 풀리지 않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주어진 미래의 시간을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결론은 확고하다. 불확실한 미래지만, 철저한 자기반성과 준비로 나의 생에 대한 시간을 채워가고 싶다. 황혼에 다가오는 민들레의 홀씨 여행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미련은 없을 것이다. 

황혼빛 소리 없이 물드는 

길목에 서면

밤하늘 잔별 되어

떠다니는 번뇌

눈보라 속 헤매는 고라니 같은

쓸쓸한 인생 여정

가는 길 수선화 한 송이

피어 있으면 좋으련만…

너와 나 굳게 닫힌 

마음 빗장문 열고 

태곳적 울음 한번

속 시원히 울어 보자

모든 미련 버리고

민들레 홀씨 되어

남은 인생길 떠나가 보자 (-‘민들레 홀씨 되어’, 위의 책, 39쪽.-전문)

위의 시에서, /황혼빛 소리 없이 물드는/길목에 서면/밤하늘 잔별 되어/떠다니는 번뇌/처럼, 소리 없이 나에게 다가온 ‘황혼’은 정신적인 번뇌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은 10대, 20대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적응하여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황혼에 서 있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이 시간이다. 보통 ‘황혼’에 대한 구체적 생각은 머리에 담아두기를 꺼린다. 왜냐하면, ‘황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울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시인은 /눈보라 속 헤매는 고라니 같은/쓸쓸한 인생 여정/가는 길 수선화 한 송이/피어 있으면 좋으련만…/이라는 아쉬움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이 답답함을 /너와 나 굳게 닫힌/마음 빗장문 열고/태곳적 울음 한번/속 시원히 울어 보자/며 자신을 위로하며, /모든 미련 버리고/민들레 홀씨 되어/남은 인생길 떠나가 보자/라는 시적 언어로 단순한 심리상태를 민들레에 빗대어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