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 이어>위의 시처럼, /비가 소리 없이 내리던 어느 날/흙냄새가 미치게 그리워, 토할 것 같은/정글, 그 정글에/정글에 유채꽃/이 피었다. 누군가 해야 할 업무라면, 갈등보다는 기다림과 여유를 찾아보자는 시인의 깊은 고민을 만날 수 있는 문장이다. 

그래도 아직 정글은 /정글을 달리고 내일을 준비해야 정글이다/이글거리는 맹수의 이빨도/떠오르는 태양에 밝은 미소가 되는/정글, 그 정글에/ 긍정적 마인드를 소유한 구성원이 많다는 것이다. “능력 있는 우리가 해 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 “까짓, 못할 일이 어디 있겠어요?”처럼, 살벌하고 차가운 현대인의 정글에도 노란 유채꽃이 한창이다. 

그런데도, 만발한 유채꽃을 핑퐁 게임으로 넘겨버리는 어리석은 일부 사람이 문제다. “이거 잘못 분류된 것 같습니다”, “어, 이거 제 업무 아닌데……”, “공문 분류가 잘못되었습니다”, “재지정 요청하겠습니다”처럼, 참 어려운 것이 사람이다. 아니, 가장 어렵고 무서운 것이 사람이다. 언제나 아군도 적군도 될 수 있는 양면의 칼날이다. 

이처럼 유채꽃 만발한 정글에서는 즐거운 시간보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시간으로 넘어지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어찌 보면 넘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에 넘어져야 당연하다. 

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날, 가볍게 우산 하나 짊어지고, 진한 흙냄새 온몸으로 막아내며, 미치게 그립고 토할 것 같은, 지긋지긋한 정글, 그 정글 마당에 가득가득 유채꽃 피면, 짝지와 함께 차 한 잔 나누며 못다 한 담소로 찻잔을 채워보자.

정글에도 유채꽃은 핀다.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