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타박타박 걸어가는 이 길에 두려움이란 없다

그 어떤 의미도, 느낌도, 두려움이란, 존재의 먹거리가 될 수 없다

위험하고 위협적인 공포가 나를 엄습해도 좋다

그따위로 나를 무너뜨리려 하다니 하하하 가소롭다

그래 어디 덤벼봐 덤벼보란 말이다 

의기양양 큰소리로 시장판을 만들면 밤이 내린다

별은 밝아온다, 멀리서 부스럭부스럭 낙엽 밟는 소리 가득하다

그 한 자락, 소리에 세상은 동작 그만이다

주파수 최고치를 향해 말초신경 곤두세우며 밀려오는 두려움

어슴푸레 어두운 불빛 따라 고라니 울음소리 귓가에 닿으면

두려움+두려움+공포+공포+죽을 것 같은 숨 막힘에 고막이 찢어진다

안돼, 안돼, 허공을 휘젓는 금가락지 짝지어 손가락 꽁꽁 묶으며  

덤벼라, 내가 가는 길에 두려움이란 없다+없다+없다

두려움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얼굴에 들었던 수저가 슬그머니 내려온다

그놈은 오늘도, 내일도 그놈, 그놈이 유치한 카테고리에서 두려워할 때

어디 그런가 보자, 나도 두려운가, 두려움에 맞서는 길

두려움이 없는 길, 그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길, 그 길은 어디에 있는가

-박여범, ‘두려움에 맞서는 길’ 전문-

   

위의 시에서 화자는 ‘두려움’ 대하여 당당하게 맞설 것을 강조하고 있다. /타박타박 걸어가는 이 길에 두려움이란 없다/그 어떤 의미도 느낌도 두려움이란 존재의 먹거리가 될 수 없다/위험하고 위협적인 공포가 나를 엄습해도 좋다/그따위로 나를 무너뜨리려 하다니 하하하 가소롭다/저럼, 너와 함께 걸어가는 길에서 ‘두려움’이란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바탕으로 시를 전개하고 있다. 

혼자라면 어려웠을 ‘두려운’ 길도 너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런데도, /어슴푸레 어두운 불빛 따라 고라니 울음소리 귓가에 닿으면/두려움+두려움+공포+공포+죽을 것 같은 숨 막힘에 고막이 찢어진다/안돼, 안돼, 허공을 휘젓는 금가락지 짝지어 손가락 꽁꽁 묶으며/덤벼라, 내가 가는 길에 두려움이란 없다/처럼 ‘두려움’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위협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옛말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말이 있다. 잘난 척이 세상을 판치는 이 시대에 무엇을 바라겠는가? 오직, 비둘기의 눈으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앞만 보며, 악의 블랙홀로 빠져드는 실수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사람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모든 것의 출발점은 인간이다. 

물론 사물이나 동물, 특정하지 않은 존재로부터의 ‘두려움’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어찌 보면, 평온하고 행복한 삶 속에서 느낄 수 없다. 이처럼, 두려움과 공포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 아니더라도 아주 가까운 곳에 커다란 무덤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은 ‘두려움’과 ‘공포’에 직면하면 더 큰 정신적인 압박을 받는지도 오른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두려움’은 심리적인 상황극이라 할 수 있다. /오늘도 그놈, 내일도 그놈, 그놈이 유치한 카테고리에서 두려워할 때/어디 그런가 보자, 나도 두려운가, 두려움에 맞서는 길/두려움이 없는 길, 그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길, 그 길은 어디에 있는가/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도 주어진 사소한 위협에도 쉽게 극단적인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것의 출발점이 ‘두려움’이다.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 시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