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후기식민주의라고도 하고 탈식민주의라고도 한다. 식민주의가 영토를 침략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약탈하는 과정이라면, 이 포스트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은 다국적기업의 대자본들이 세계시장을 상대로 문화적, 경제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이 아시아·중동·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개방되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로 그들의 잉여상품을 판매하여 이익을 착취하는 것이다. 이런 나라의 국민들은 그들의 상품 소비처가 되어 그들이 생산하는 상품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비평가의 담론으로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비롯하여, 가야트리 스피박의 ‘해체주의적 인식’과 호미 바바의 ‘양가성의 효과’ 등이 있다. 인도 출신 문학이론가 스피박은 “서양인은 한 번도 다른 사람들을 진정한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지배?피지배 담론에서 피지배자들은 열등한 타자로 전락해버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쿳시에게 타자는 지배를 받는 바바리안(barbarian, 미개인)으로 너나 나가 아니라, 그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 종족들은 사람의 언어를 쓰지 못하는 개?고양이?토끼와 같은 동물로 취급된다. 그것은 지배?종속의 관계로 문명인들에 의해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아는 바와 같이, 올해가 토끼의 해여서 작년 말부터 토끼를 키우기 시작했고, 네 번의 실패 끝에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아 내 새끼같이 예쁘다고 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어미들로부터 분리하여 따로 우리를 만들어 주었고, 지천으로 널려있는 풀들을 뜯어다 주었다. 얼마 동안은 이틀에 한 번만 먹이를 주면 되었지만, 3개월이 지나니 날마다 먹이를 주어야 했다. 주변의 풀들을 베어다 우리에 가득 주어도, 그 다음날은 텅 비게 되었다. 그러다가, 바쁜 일에 하루라도 가지 않으면, 열 마리가 눈을 부라리며 바라볼 때는 무섭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먹은 만큼 살이 찌는 것도 아니고, 단지 몇 알의 둥그런 똥만이 나올 뿐이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토끼를 키웠다. 고기 맛도 좋고 허리가 안 좋은 사람들에게는 이것만큼 좋은 보약이 없는데, 지금은 상품으로 키우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돼지는 1백여 일만에 태어나서 6개월 정도 키우면 출하를 하는데, 이 토끼는 3개월이 넘었는데도 먹은 것에 비해 늘어난 무게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토끼고기값이 금값만큼이나 비싼 것도 아니고, 사료를 먹인다면 그런 낭비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주변 사람의 말을 들으니, 자신의 아버지가 시골에서 소일거리로 토끼를 키웠는데, 금방 50마리가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식당을 하는 집에 팔려고 하니, 풀을 먹인 것은 맛이 없어 사가지 않는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땅에 묻었다는 것이다.
이런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알았을까. 세 마리의 토끼는 아침에 가봤더니,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비 가림을 한 지붕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낮에는 더위를 식혔는데, 밤이 되어 추위를 견디지 못해서 죽은 것 같았다. 토끼털은 방수가 안 되고 그대로 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지붕을 손보고 나왔는데, 그 다음날에는 또 세 마리가 죽어있었다. 이번에는 너무 더워 장마철의 습기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며칠 후, 두 마리마저 원인도 없이 죽었다. 지배자들이 떠난 뒤에 피지배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결정적인 실수는 좁아진 우리를 방치했고 환경에 적응할 자생력이 없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