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암 발병으로 고통 받는 익산 장점마을을 둘러싸고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제안한 조정안 수용 여부를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갈렸다. 반면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단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지난 2차 민사조정에서 장점마을 주민들과 마을에 50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조정안을 내놨다. 대신 이후 이 사건에 법적인 책임이 없음을 확인하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민변 전북지부는 주민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조정안을 수용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데다 찬성하는 주민들 역시 조정안에 담긴 단서 조항에 대한 반발이 크다며 3차 민사조정 전까지 의견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조정안에 피해 배상은 물론 잠재적 환경 피해 대상자들에 대한 사후 관리 대책도 함께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2001년 익산시 함라면 장점 마을에 비료 공장이 들어왔다. 100여 명 남짓한 주민이 모여 살던 조용한 시골 마을은 20년 사이 죽음의 마을이 되었다. 마을 주민 중 30여 명이 암에 걸렸으며 이 중 17명이 사망했다.
인근 개울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민원을 넣을 때마다 관련 부서는 형식적인 수질 검사만 실시했다. 2015년 언론이 이 문제에 주목하면서 작은 마을의 비극이 세상에 알려졌다.

2017년 주민들의 청원이 받아들여져 공장이 문을 닫았다. 그 후 2년간 조사를 마친 환경부는 2019년 6월 20일 비료공장의 환경오염물질이 대기 속으로 퍼져나가 주민들의 암 발생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담배를 피우고 남은 담배 찌꺼기(연초박)를 건조할 때 나오는 유해물질이 암 발병 사태의 원인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공장용지 허가를 내준 익산시도, 공장에 외주를 맡긴 KT&G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장점 마을과 관련한 바람직한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