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 이어)우리가 지키고 후대에 전해주어야 할 청정지역 ‘고군산’ 섬이 이렇게 오염되는구나!’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배로만 드나들던 청정지역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백사장을 가득 채운 인파를 바라보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되뇌게 되었다. 새롭게 들어선 건물에는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 판매 영업이 성행 중이었다. 현지인은 찾아보기 힘들고 외지인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되어 버린 선유도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한번 보고 가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간 것을 후회하게 했다. 그러나 실제 마음과는 달리 여행을 마친 후 한동안 선유도에 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무엇인가 기대감과 신비감이 있던 섬, 선유도, 그리고 넓은 해수욕장을 따라 걷던 모래, 속이 다 보일 정도로 맑은 바닷물, 그 사이에 아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이 어우러져 삶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신선이 놀다간 그 섬’, ‘선유도’(仙遊島)에서 만난 식당 사장님이 들려준 이야기 하나가 있다. 바로 전국에 퍼져 있는 ’신선 이야기‘다. 

’……길 가던 스님이 절에 놀러 오라 해서, 우연히 찾아가 바둑 두 판을 두고 집에 내려오니 200년이 흘러 모르는 아이가 마당을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는 이야기.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늘 그 자리여서 화도 나고 죽을 맛인데 뒤돌아보니 누군가 내 머리카락 하나를 잡고 있었다는 이야기 등등……‘. 

신선과 관련한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의 무궁한 상상력과 현실이 하나가 된 삶의 결정체다. 이런 신선 이야기와 관련하여 섬의 이름이 된 선유도를 가까운 이곳 전라북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우리는 이미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한다. 

섬 주민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개발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선유도는 그대로 멈춰 있길 희망한다. 무엇이 정답인지에 대해서는 적절한 개발과 보존이 답일 것이다. 그런데도 외지인이 섬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현실을 보며 씁쓸함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경치가 좋은 곳은 이미 외지인이 땅을 사들여 전원주택이나 식당 등 상가가 형성되고 있었다. 

인간의 욕심이 수천 년을 지켜온 선유도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우리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어두웠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하고 가꾸어 물려줘야 할 섬이 어디 선유도뿐이겠는가? 섬을 빠져나오며 많은 자전거 동호회 모임의 페달을 밟는 힘찬 근육을 만날 수 있었다. ‘아, 저게 자연사랑, 환경보호인데.....’, 차를 통해 이동하는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