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위의 시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맥주병 되어’ 靑山이는 중학교 2학년 시절 서울에서 전입해 온 친구다. 하얀 피부에 운동과 공부까지 잘하는 그에게 하나의 약점이 있었다. 바로 수영이다. 그 흔한 개헤엄도 첨벙거리지 못하는 젬병이다. 그런 그를 친구들이 그냥 놔둘 리가 만무하다. 

장난꾸러기 친구들은 靑山이에게 ‘맥주병’이라는 그럴싸한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리고는 마주칠 때마다, ‘어, 맥주병, 어, 맥주병’ 하며 놀리기 일쑤였다. 급기야 화가 난 靑山이는 승부욕을 발휘하여 수영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아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아버지가 보리타작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던 그 날, 나는 땡땡이를 쳐서 靑山이와 아이들의 수영 대결을 구경하러 고개 너머 보청천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 이후, 靑山이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정말, 한번 떠나면 다시 올 수 없는 천국에 간 친구가 그리운 시간이다. 

삶에서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말’이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나도 모르게 툭 던져진 말이 상대방에게는 비수로 꽂힐 수가 있다. 말에 대한 속담이 많이 전해오는 것도 중요성이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를 보여주는 예로는 충분하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신중한 말에는 무게가 있다. 가벼운 말로 자신의 삶을 가난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놓쳐버린 기회’는 두 번 다시 나에게 손짓하지 않는다. 짧은 인생에서 누구나 ’세 번‘ 정도의 ’기회‘는 주어진다. 때로는 이것이 ’기회‘인가를 알아차리지 못해 그냥 흘려보내는 일도 있다. 그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그러나 이 ’기회‘가 우연히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노력하고 노력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진다. 그래서 ’기회‘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준비하고 준비해야 하며 열심히 인생을 달려가고 있다. 항상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의 손을 들어주는 신의 한 수가 여기에 있다. 

우리네 인생도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은 없음)권력이나 부귀영화는 오래가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세상 이치의 기본이 되는 원리이다. 그런 세상 이치를 분명하게 나타낸 표현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의 권력이나 부귀가 영원할 듯하지만,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꽃은 피면 시들 일만 남는다. 몰락이 찾아오기 시작함을 말한다.

말만 앞서는 축배는 달콤하다. 그 달콤함을 쫓지 말자. 많은 축배의 잔을 마시려고 수고할 필요도 없다. 축배의 잔은 결국, 높은 곳에서 엎드리고, 앞설 때 더 분발하고, 잘 나갈 때, 겸손한 자의 것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지고, 그 기회는 지금이다. 기회는 준비한 자의 몫이다. 노력하고 노력하자. 그리고 그 기회를 함께 공유하고 배려하며 여유 있게 지금을 즐겨보자. 

미루지 말자. 내일은 오지 않을 수 있다. 차분하게 돌아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보자. 그리고 실행하자. 지금이 당신이 사랑하고 베풀고, 기뻐하고, 행복하고, 감사할 기회이다.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현실에 충실해지자. 철저한 자기반성과 미래를 향한 꾸준한 노력을 통해 더불어 가는 길에 동행하자.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