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시간’, ‘말’, ‘기회’가 아닐까 한다. ‘시간’, ‘말’, ‘기회’에는 아쉬움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공감하는 이 세 가지와 관련한 경험 하나쯤은 있다. 

‘마음은 대학생, 현실은 할아버지’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은 ‘맘과 같이 되는 것은 없고, 몸도 따라주지 못한다.’라는 의미이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이야기다. 나름대로 건강관리와 몸에 좋다는 음식과 약을 챙겨 먹어도 옛날 같지 않다. 우리의 몸은 신이 주신 설계도에 따라 진행되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그 흘러간 세월에서 잘 들여다보면 행복한 시간도 일정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한 현재까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추억이 많다는 것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하나이다. 그래서 직접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기보다는 간접적인 그것을 공유하는 현대인에게 어쩌면 그 자체가 슬픈 것이 아닐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2020년도 12월에 들어섰다. 우리는 항상 모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는 일상이 많다. 가능하다면 아쉬움보다는 만족함이 많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 최고의 명예에 도달하더라도 그것은 찰라다. 순간의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정진해야 한다.

철학자가 된 것처럼, 낙엽 날리는 운동장을 가볍게 거닐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투자했다. 사는 것이 다 그런 것 같다. 가끔, 주변을 돌아보면 다들 멋지게 사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그들을 부러워하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실망감을 맛보기도 한다. 

그러나 종종 그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있는 경우를 만난다. 분명한 것은 사람 사는 것이 주어진 환경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당당하게 어깨를 들이민 하얀 얼굴

서울깍쟁이 고문관 맥주병 靑山이

-어이, 거그, 맥주병, 어, 맥주병

-여기까지 와봐, 겁나

-왜, 자신 없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맥주병이지, 맥주병

 

축구도, 철봉도, 테니스도 제법

수학도 영어도 대빵 대박 

수영은 젬병이 허접쓰레기

유월의 태양이 따스했던 그 날, 도전은 시작되고

신의 한 수 보리타작 땡땡이 줄행랑에  

희미해진 기억 저편에 남아있는 무리수

강 건너 바위 삼십 미터 떠난 노답 여행

먼 길 떠나는 진지한 지름길 물장구 놀이에

사다리 상여에 실려 울먹이는 소리 따라

다시 돌아오지 못할 맥주병 되어 떠나가네   -박여범 <어이, 거그, 맥주병> 전문-(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