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 머무는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체류 외국인이란 결혼이민자,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유학생 등을 지칭한다.

 이에 맞게 정부와 각 지자체 등은 '다문화'란 단어를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결혼이민자 가족을 위한 정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기존 생활을 인정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한 정책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문화' 속에 다문화는 없고, 한국문화의 강요만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예전부터 우리 주위엔 체류 외국인들이 항상 존재했었다.

 그러다 결혼이민자의 유입과 맞물리며, 이제 이웃이 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도심에서는 아직 낮설지만 농촌마을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동화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안정적 정착생활을 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게 안따까운 현실이다.

 도내의 경우 14개 시군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다문화지원사업은 한국어 교육, 취업알선, 무료종합검진 지원 등 다양할 뿐 아니라 유사 지원기관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결혼이민자들의 고통과 불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낮선 외국인이지만 믿고 따라온 남편의 외면과 시댁 가족과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은 안정적 정착을 힘들게 하는 요소중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했다.

 실제 전북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0월부터 올 6월까지 접수된 상담건수중 부부갈등(913건)이 가장 많았으며, 생활문제(783건), 이혼문제(695건), 체류문제(59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결혼이민자의 문화와 가치 등 그들만의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생겨나는 분열과 갈등이다.

 이들이 한국어로 말하고, 김치를 먹고 한복을 입었다고 정착화가 완료됐다고 말할 수 없다.

 박천응 (사)국경없는 마을 대표는 한 학술대회에서 "한국이 다문화라는 이름 아래 이주 외국인의 정체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한복을 입고 한국 가요를 부르게 하는 등 동화를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민자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쌓이는 건 갈등뿐으로 우리가 먼저 이주자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주자 또한 한국문화를 알려고 노력해야만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안보이는 차별과 잘못된 선입관이 이들과의 동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예산 관리감독 부실, 집행 투명성 확보 절실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만큼 외부지원사업도 늘고 있다.

 하지만 평가에 따른 실적올리기만 급급할뿐 제도적 장치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애주 한나라당 의원이 밝힌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된 다문화지원센터 비리 사례는 천태만상이었다.

 지원센터는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관리 체계가 미흡해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데 사용돼야 할 지원금이 개인이나 직원들이 서로 빼 돌려 사용되는 등 정부예산이 줄줄이 새 버렸다.

 이들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이주 여성들과 그 가족들에게 써야 할 돈을 상습적으로 빼돌리거나 부풀리고 있다.

 사례에는 충남에서 종교인이 운영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08년부터 3년간 강사비와 출장 여비를 부풀려 축의금 등 개인 용도로 1200여만원을 유용한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돼 센터장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센터는 지정이 취소됐다.

 또 다른 센터는 사업비 과다지출, 문서위조 등의 방법으로 3년간 3500만원을 센터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하다 감사에 지적됐다.

 전남에서는 센터장이 영농기술교육사업 등 관련 사업체에 경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후원금 명목으로 680여만원을 차명계좌로 되돌려 받는 등 2000여만원을 횡령, 입건되기도 했다.

 경북의 한 여성단체 회장 박모(58)씨는 센터 건립 과정에서 건축비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지원금 1억7000만원을 횡령해 구속됐다.

 이같은 부정행위는 센터별.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운영비 지원과 정부당국의 허술한 관리에 따른 합작품이란게 이의원의 지적이다.

 정부의 다문화가족지원사업 예산은 2010년 597억원에서 올해 844억원으로 41.4% 증가했고 외부지원사업 규모도 100억원을 넘고 있지만 집행 투명성 확보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 이주여성 결혼전.후 보호책 마련 시급

 외국인 부부의 이혼건 수가 2008년 이후 매년 1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이같은 다문화가정 이혼율 증가로 아동복지센터에 맡기는 미성년 자녀도 덩달아 늘고 있지만, 사회의 선입견 때문에 입양이 이뤄지지 않고 장기 양육시설로 넘겨지는게 대부분이다.

 다문화가정의 이혼율은 다른 가정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기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 접수된 '이혼' 상담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31.6%나 증가했다.

 이주여성이 한국에 입국할 목적으로 결혼을 서두르며 남편으로부터 의시을 사는 것도 있지만, 난립한 국제결혼업체들이 남편에 대한 그릇되거나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결혼생활이 유지되기 어렵게 만든 경우도 많다.

 특히, 결혼과 함께 남편의 체류연장에 대한 신원보증도 이주여성들을 족쇄로 채워진 생활을 강요하는 꼴 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이주여성이 결혼하면 체류연장부분에서 남편신원보증이 있어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것을 무기 삼아 한국 남성이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많아 이주여성이 쉼터로 피신하거나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주여성에게만 한국문화와 언어를 배우라고 강요하지 말고, 서로가 배우자 나라의 문화.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게 한 대표의 주장이다.

◆ 다문화에 대한 편견

 지난 7월 22일 전세계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했다.

 다문화주의에 심한 반감을 가진 노르웨이 우익 극단주의자가 76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거주자가 올 1월 현재 126만5000여명에 이르고 있어, 반외국인 정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무차별적으로 표현하며 다문화 반대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

 "다문화 정책의 진짜 본질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증가시켜 기업들의 고용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함과 동시에 민족 개념을 흐리게 만들어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유입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싸게 고용할 수 있는 노동력이 늘어나서 우리 국민들이 일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급여를 주는 일자리들이 점점 감소해 중산층이 점점 몰락하게 된다" 등은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편협적인 민족주의'에서 비롯됐다며, 국가가 차별적 요소를 관리하고 줄여나가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제도마련이 시급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2세에 대한 교육

 지난 6월 현재 한국에 사는 결혼이민자(귀화자 포함) 수는 21만1458명이고,다문화가정의 자녀는 14만여 명에 이른다.

 매년 2만5000쌍이 국제결혼을 하면서 이들의 2세 또한 우리의 이웃으로 태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속에 이민자들이 국내에 들어와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중 자녀의 교육문제가 경제적 어려움 이상으로 고충이다.

 농어촌 다문화가정의 연간 소득은 전국 농가의 평균 연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2000만원 미만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이 낮은 소득에, 학부모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할 경우 가정교육이 일반학생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어 학력수준이 낮고 학습 능력이 부족해 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적어도 농어촌 지역 만큼은 특성을 감안해 부적응자 중심이 아닌 국제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능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다문화 지원 업무 일원화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들은 관련 정책을 쏟아내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중앙 정부에서 마련한 다문화 정책을 지자체가 따라가는 방식보다는 지역사회 중심의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지방정부 위주의 다문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4개 부서에 분산됐던 외국인 관련업무를 '이주 및 국가정체성부'를 신설 통합했으며, 독일은 '이민과 난민을 위한 연방청'을 신설해 다문화 관련 정책을 체계화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컨트롤 타워' 없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수행하는 '다문화이해교육.홍보사업'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다문화인식개선사업'은 내용이 중복되는 일예이다.

◆ 전북의 현황

 타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문화가정 유입이 빨랐던 전북도가 오는 21일까지 다문화가족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다문화가족 정책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다문화가족의 사회정착 방안, 자녀 교육문제 등 필요한 정책들을 발굴하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수 많은 다문화정책을 수립 시행해 왔지만, 늘어나는 다문화가족들이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보완책 마련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도내 체류외국인은 지난 1월 기준으로 전북인구 대비 1.3% 비중이다.

 결혼이민자 8269명가 가장 많고 외국인근로자 7565명, 유학생 4721명, 기타 2320명 등의 순이다.

 이중 결혼이민자의 증가는 타 도보다 빠른 편이다.

 1990년대 특정 종교단체에서의 국제결혼이 계기가 돼 일부 시군에서 농촌장가보내기 사업이 펼쳐지면서 주로 조선족 여성들이 배우자로 선택돼 많은 입국이 이뤄졌다.

 2006년 5월 4249명에서 5년만에 2배에 이르면서, 출생자녀들도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2006년 5월 1407명에서 올초 1월에는 7755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성장기를 보면 여유아(0-6세) 4984명으로 63.8%를 차지 가장 많았고, 아동기(7-12세) 1911명(24.7%), 청소년기(13-18세) 896명(11.5%) 등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속에 김완주 도지사는 지난 2006년 민선4기때 '결혼이민자지원사업'을 공약으로 채택, 16개 시도에서 처음으로 다문화가족, 유학생, 단기체류자 등 전북거주 외국인을 총괄 지원하는 다문화 전담부서를 2007년 8월 설치.운영중에 있다.

 특히, 이는 법무부의 외국인정책본부, 국회 입밥조사처, 행안부, 감사원 등을 비롯 타시도 전담부서 설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송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