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단풍이 꽃비 되어 내리던 날

어쩜 그리도 못생겼니

거무딕 희끄무레 탱글탱글 알알이

꽁꽁꽁, 보리밥아 

뭉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한 덩이 보리밥 위에 형형색색 채소 위에

붉은 고추장소스 찌끄린 밥그릇엔

꽁꽁꽁, 보리밥아 

새록새록 어릴 적 골목골목 영상 가득 채워지고

숟가락질 놀이터에 숨바꼭질 정겨웁고 

불거진 뱃살 배꼽 툭 튀어 오르면

꽁꽁꽁, 보리밥아 

어쩜, 그리도 못생겼냐 놀려대며

단풍놀이 재미에 보리 방귀 넘쳐나고

버들피리 합창에 까르르 웃음이 난다 

꽁꽁꽁, 보리밥아            -박여범, '꽁꽁꽁, 보리밥아' 전문-

위의 시처럼 냉장고도, 압력밥솥도 없던 시절 하얀 흰쌀밥은 그림의 떡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우리의 주식은 보리밥이었다. 그나마 보리밥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했다. 무더위가 정점에 이른 12시경, 아침에 남은 검게 색깔이 변한 보리밥에 찬물을 여러 번 헹궈 반찬이라고는 달랑 고추 몇 개에 된장이 전부였다. 

그래도 웃으며 맛있게 서로 먹으려고 야단법석이었다. 비록, 보리밥이지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는 그 시대를 함께한 우리 모두의 희망 사항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도시 한 복판에서 만난 ‘보리밥’이란 식당이나 메뉴를 보면, 눈이 자연스레 따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참으로, 성장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지금 보리밥 식당 앞에 서 있는 나는 어떠한가? 꽁꽁꽁 보리밥 시절보다 더 맛있고 시각적으로 뛰어난 식당이 즐비하다. 그렇지만, 늘 마음 한쪽이 허전한 것은 왜일까? 어디에서 이 갈증을 해소해야 하는가? 우리 마음에 새겨진 문수사 단풍나무숲은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

단풍이 꽃비 되어 흐드러지게 내리던 날, 꽁꽁꽁 보리밥 배불리 먹고 방귀 한 방 시원스레 터트려 보면 어떨까. 깔깔깔, 꽃비 속을 거닐어 보자. 그리고 함께 웃으며 독한 방귀 냄새 피해 코 막으며, 한바탕 뛰어보자.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