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너 지금 사랑하고 있구나

쪽쪽 살 빠지는 소리 들으며 진땀나게 그리워하고 있구나

이 엄동에 청청하게 고통 거느리고 지지 푸르게 신음하고 있구나

가지에 새 한 마리 앉아도 소스라치는구나

그래 그 마음 만져지는구나

이파리만 날카로워지는 날들 잔바람에도 하늘이 흔들리는 날들

자꾸 껍질만 키우며 거머죽죽 검버섯 만드는 날들

그래 아픈 몸에도 꺼칠하게 열매 달리고 

그 열매 당차게 가지 끝에 붙어있구나

아아 하늘은 자꾸 네 모가지를 당기고 

출출출 물소리 뿌리를 흔드는데 

안절부절 그 사이에서 팔다리만 휘젓는 자작나무야 

너 많이 아프구나                         -이경림, 「자작나무야」 전문-

시인은 자작나무와 마주하며, 나와 ’늘 함께 하는 나무’가 있음을 강조한다. ‘시’라는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편한 마음의 소리를 언어로 토해내고 정한다. 없는 가정에 태어나 ‘가난’이란 것을 몸소 체험한 시인은 없는 남편을 만나 평생 희망을 붙잡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시인은 ‘없는 것’, ‘남편’, ‘자식’, ‘행복’, ‘희망’ 이 모든 것들이 나무일 수 있다는 생각에 꼭짓점이 찍힌다.

이경림 시인은 『문학과 비평』 봄호(1989)에 '굴욕의 땅에서' 외 9편이 김춘수 시인의 심사로 당선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토씨 찾기』,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 『상자들』 등이 있다. 

나에게도 ‘늘 함께 하는 나무(내 나무)’가 있다. ‘가족공동체’, ‘직장’, ‘지역사회’, ‘국가’ 등 ‘나무’의 종류는 다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나무’에서 나는 어떤 존재이며, 무슨 역할을 해 낼 수 있을까? 생각하기 나름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네모난 화분에 늘 함께 할 수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심어보는 것이 그 출발점이 아닐까? ‘고운 햇살과 맑은 공기’, 그리고 ‘적당한 수분’이라는 친구들과 ‘정성’이라는 양념을 더해 시작해보자.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3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