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삶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경험이 많다는 것은 다양한 업무와 사람을 많이 만났다는 것을 대변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경험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은 나에겐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가? 물음표를 던져보자.

일의 진행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누구도 하기 어려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다른 사람이 알게 될까? 자신의 행적이 드러나는 것을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대수롭지 않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진행하면서 분위기를 왁자지껄하게 만들어 자신의 역량을 크게 부풀리는 어리석은 사람도 있다.

세상에는 빛과 향기를 드러내는 것과 저 스스로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른 것이 빛과 향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좋은 일은 덕을 쌓고 남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실천함에서 그 본질을 찾고자 했다. ‘물’과 ‘공기’와 ‘햇빛’이다. 그 ‘물’과 ‘공기’와 ‘햇빛’이 한 송이의 ‘꽃’을 탄생시킨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은근슬쩍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반면, 생색만 내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허접한 인간도 있다. 전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꽃길을 어지럽히는 존재는 항상 멀리 있지 않다.

전자에 해당하는 경험을 나는 대학교 1학년 우체국 아르바이트에 참여하면서다. 방학을 이용하여 들어온 아르바이트는 바로 ‘편지’라는 제목으로 전북도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글쓰기 대회 원고 심사였다.

국어국문학과에 재학하고 있다 보니, 낯설지 않게 들어오는 아르바이트가 교정이나 원고 심사였다. 나름대로 전공도 살리고 금전적 이득도 맛볼 수 있는 흔히 볼 수 없는 귀족 아르바이트였다. 

문제는 출발 전에 바로 이 ‘넘치는 자신감’이 화가 될 줄은 몰랐다. 국문학과에 재학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다른 사람은 다 글쓰기 관련 분야에서 하수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젊어서인지 아니면 버르장머리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다. 그 거만함의 꼭대기에는 ‘내가 최고야’라는 자존심이 대단했었던 기억이다.

젊은 혈기만 믿고 내가 아니면 남은 할 수 없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고가 문제였다. 특히,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읽으며,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추억이 망가져 버렸다. 심사는 주로 지하 식당에서 실시되었다. 8시 30분 출근해서 4시 30분 칼같이 퇴근하는 7일의 여정이었다.<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