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지글지글 보글보글 맛집 찾아 발바닥 땀샘을 자극하다 보니

멀리서도 눈에 탁 들어오는 텔레비전 방영 홍보 세례 머니

왁자지껄 가득 채운 잔마다 구수한 분위기 어우러지고

예쁜 모양 추스르며 젓가락질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며

빨간 국물 후르릅 들이키면 목젖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뒷맛이

달콤하다 못해 혀를 내두르다가도 다시 또 도전장을 내밀다 눈에 비친

앞자리 맥주잔엔 비실비실 냉수만 꼴깍꼴깍 넘어가는 목젖이 서글프다

       박여범 - 「냉수만 꼴깍꼴깍 넘어가는」 전문 -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어떤 악한 상황에서도 맛집이라면 발을 걷어붙이고 달려간다. 자가용이라는 교통수단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불현듯 친구의 말이 스쳐 지나간다. 지리산이 너무 가보고 싶었던 친구가 있다. 대학 시절 늘 여유가 생기면 이렇게 말했다.

"친구야, 우릴 배낭 메고 지리산 한 번 종주하자."

"명산 중의 명산이지. 지리산의 정기를 받고 와야 하지 않겠나?"

"좋아, 한 번 가자, 까짓것, 지리산이 뭐, 뭐 다른 산과 별 차이가 없겠지. 뭐"

"진짜, 가는 거다. 친구야"

"그래, 이두"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실천에 옮기지도 못했다. 결론은 당연히 혼자 찾은 지리산이 나의 추억이다. 대학원 시절, 인생이 무엇이고 앞날이 보이지 않던 날이 많았다. 그래서 어느 날 홀로 배낭을 짊어 멨다. 뱀사골 가는 직행을 타고 무작정 떠났다. 

뱀사골에 내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식당이다. 점심으로 산채비빔밥이나 한 그릇 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식당을 들어선 순간 내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있었다. 바로 된장찌개다. 너무나 구수한 그 냄새에 홀려 나는 그만 산채비빔밥은 안중에도 없고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역시 전라도였다. 밥상 가득 채운 눈에 채우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반찬에 휘둥그레졌다. 

‘맛집’을 찾는 것도 일상의 넘치는 풍요로움이 가져다준 결과가 아닐까? 맛집을 찾아 채워야 하는 음식이 있듯이, 욕심을 비워서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준비하는 것도 건강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목록이지 않을까?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