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비행기에서의 일이다. 모스크바를 거치는 국제선을 타고, 다시 러시아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는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였다. 모스크바까지 가는 비행기에서의 일이다. 같은 라인 중에 직장인인 듯 한 시커먼 수염을 자랑하는 남자가 탑승하여 자리를 잡았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하여 깊은 수면 모드다.

‘내가 10번 정도 움직이면 1번은 움직이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10시간이 넘는 모스크바행을 온전히 몸으로 견뎌내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자주 움직이는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그랬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비행기의 전속 사장인 듯한 30대 중반의 중후한 한국인, 그는 얼마나 많이 비행기로 여행과 일을 처리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기에 충분했다. 

그는 마치 비행기 안이 자신의 집인 양 아주 자유로운 생활의 달인이다. 엉덩이가, 허리가, 어깨가, 목이, 아플 텐데, 저렇게 미동도 없을까? 비행기를 타고 얼마나 여행을 많이 다녔으면 저렇게 고수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도 못 이기는 척 옆자리를 신경 쓰면서 엉덩이를 의자에 들이대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버티기 아닌 버티기 전쟁에 동참했다. 

그러나 웬걸, 물을 많이 마시는 나의 습관 때문인지 1시간을 겨우 참아내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놀라운 것은 그 아저씨는 간식으로 닭요리와 포도주를 음미하고 있었다. ‘어쩜 저럴 수가 있을까?’, ‘참으로 대단한 사람을 내가 만나 보는구나!’ 해서 바로 자리에 앉기 전에 살며시 질문을 던졌다.

“엉덩이나 허리 아프지 않으세요?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신 것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아, 네, 일주일에 한 번은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제가 봐도 대단해요, 저 자신을 칭찬합니다.”

“아, 그랬군요. 저는 1시간을 참기 어렵던데, 암튼 제가 자주 움직여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편하게, 편하게 이용하세요!”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