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어린 시절 

연 날리고 제기 차며

자라난 정든 고향

언제 불러보아도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는 친근한 고향

고향을 찾을 때마다

산천초목들은 변함없이 

언제나 늠름한 자세로

부모님의 가슴으로 맞이해주는 고향

산업의 물결을 따라

문명의 바람을 따라

고향을 떠났던 친우들

지금은 성년이 되어

사회 곳곳에서

보람되게 살아가는 전우들이여

고향에서 지내던 정든 마음일랑

언제나 잊지 말고

향수에 젖어다오

고향의 흔적은 누구나 있는 것

세월이 흘러 때가 되면

고향 떠난 사람들도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이용옥, ‘고향이야기’ 전문-

시인은 고향을 떠나 삶에 지친 그리운 사람들이 쉼터로 돌아오게 하는 이유가 ‘섬진강’이길 소망하고 있다. 까까머리 친구들과 연 날리고 제기 차며, 깡통차기에, 술래잡기에 정신없이 놀다 보면 깜깜한 밤이 되었던 고향, 그 고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인은 고향이야기를 통해 당당한 모습으로 여전히 섬진강을 굳건히 지켜내고 있음을 ‘정든 마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향이야기가 시작되면 시간은 뒷전이다. 보따리를 열면 열수록 더욱더 많은 이야기 쏟아져 나온다. 부모님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고향, 산업화 문화의 변화 속에서 고향을 떠나 타향 생활해야만 했던 정든 친구, 선배와 후배가 그립다, 그래도 언제나 고향은 그곳에 그 모습 그대로 듬직하게 서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리운 이를 찾아 연어처럼 떠났던 다정한 사람들이 하나둘,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다.

‘섬진강,’ 높은 하늘과 잔잔히 부는 바람이 맞이하는 곳. 그곳엔 언제나 안개 속에서도 꽃은 핀다. 해가 지는 ‘섬진강’을 바라보았는가? 노을에 반사된 은물결이 출렁임에 취해 보았는가? 한 마디로 장관이다. 눈에만 담아두기에는 서운하고 너무나 아깝다. 아마도 사진으로, 글로, 동영상으로 저마다의 남기고 싶은 ‘섬진강’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섬진강’은 그 누구에게나 그리움을 물들인 고향이지 않겠는가? 시인은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글로 옮겨 독자에게 엷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고향이야기에 살짝 발을 담그고, 그리운 고향 산천을 추억하며, 그림 같은 섬진강을 바람과 함께 걸어보자. 걸음마다 만들어지는 ‘섬진강’의 추억의 들머리에는 시끌벅적한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절로 어깨춤이 더덩실 떠오르지 않겠는가? 

고향이야기가 있는 ‘섬진강변에서’ 오늘도 하루의 추억을 사드락 사드락 강바람과 발맞추며 그리움이란 추억을 만들어 가면 지나친 사치일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투자로 주춤거리던 외로움을 흘려보내야 하지 않을까? ‘섬진강’ 친구 00이가 그리워도 달려가지 못했던 무심함을 떠나보내는 푸른 강물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친구삼아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타박타박 그 길을 걷고 있다. 고추잠자리가 한가로이 날갯짓하는 ‘섬진강변’엔 파란 하늘이 추억의 그 날처럼, 너무도 파래서 눈이 부시다.

박여범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