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다’는 자동사로 ’(사물이) 이리저리 잇달아 움직이다‘의 우리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많은 ’흔들림‘으로 힘들어하며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역설적으로 ’흔들림‘을 우리는 ’힘이 드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흔들림’이 ’기대어 함께 걸어가야 할 친구’라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누구나 삶의 여정에서 다가오는 ‘흔들림’을 피하거나 정면 돌파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다가오는 ‘흔들림’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면 간단하게 모든 상황은 정리된다. 

‘흔들림’에 대한 작은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자 독자를 찾아온 귀한 책이 있다. 바로, 최재선 교수(한일장신대학교, 시인, 수필가)의 '흔들림에 기대어', 수필과 비평사, 2019다. 이 책에서 작가는 ‘흔들림’의 강도는 개인에 따라 부드러울 수도, 강펀치로 다가올 수도 있는 차별성에서 글쓰기의 출발점을 찾고 있다. 

‘……살다 보면 웃자란 욕심은 우리 삶을 무겁게 한다. 틈을 뚫고 나가라면 달빛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가벼워야 허공에 달처럼 피어날 수 있다.……’(최재선 수필집, '흔들림에 기대어', 수필과 비평사, 2019, 15쪽.) 

삶의 궤적에서, ‘흔들림’의 시작은 바로 ‘욕심’이다.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다. 은근히 그 욕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나의 방법일 뿐이다. ‘욕심’을 어떻게 드러내는가? 또, 어떤 방법을 통해 성취하는가에 문제가 있다. 버리기도 어려운 것이 ‘욕심’이다. 수많은 ‘욕심’의 틈을 뚫고 나가는 달빛처럼 부드럽고 가벼워야, 우리의 ‘욕심’도 완성될 것이다.

“……내 것에 관한 그리움이 궁하고 다른 사람 것을 무작정 부러워하면 삶이 얇아진다. 내 삶이 古典이 되지 못하고 苦戰이 된다.……”(최재선 위의 책, 15쪽.)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 사실을 감추려는 것도 위선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그렇다면, 내 것은 작아 보이고 남의 것은 커 보이는 야속한 삶의 궤적이 없는 삶이 있을까? ‘……산책은 누군가와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을 앞질러 가려고 안달하거나 뒤처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최재선, 위의 책, 27쪽.) 않아도 된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산책’, 그중에서도 ‘마음의 산책’이 절실하다.

산책에는 다양한 형태의 모습이 있다. 걸어가든, 손을 잡고 가든, 뛰어가든, 그것은 산책하는 자의 선택이다. 저마다 타고난 성격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산책의 강도가 약하고 강함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씻고 누웠다.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텃밭에 자라는 쪽 마늘이 혹한 틈에서도 기죽지 않고, 파릇파릇 통마늘 꿈을 꾸고 있다. 쪽 마늘 같은 하루의 생이 통마늘이 되기를 갈망하면서 스르르 눈을.……’(최재선, 위의 책, 36쪽.) 감았다.  

일단 산책을 다녀오면 피곤이 밀려온다. 당연한 몸의 신호다. 피로에 지친 몸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휴식이다. 적당한 휴식과 운동의 병행이 필요한 이유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피로를 텃밭에서 자라는 쪽마늘 틈에서 자라난 파릇파릇 통마늘을 꿈꾸는 우리가 아니었던가? 서로의 꿈을 갈구하면서 스르르 눈을 감는 마음의 평안히 바로 하루의 생을 마감하는 탄식이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