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지나간 여우비처럼 길가에 떨어진 감질나는 달달한 부스러기 한 조각에 

성장을 멈춰 버린 추억의 기다란 마을 입구엔 구수한 과자 파티 펼쳐지고 

오색물결 단풍이 익어 갈 때면 새까만 얼굴로 덜 익는 땡감을 씹어 물고  

여운처럼 밀려오는 달콤한 낯섦에 안테나를 세우고 껌벅껌벅 벌름벌름  

뭉게구름 위로 두둥실 떠가는 전봇대에 하나 두 우울 불을 밝히면 부스스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머나먼 마을 언덕엔 아메리카노 냄새만 가득하다. 

                                       -박여범, <아메리카노 냄새만 가득하다> 전문-

위의 시처럼, 우리는 추억을 먹고 산다. 그 추억이 비록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도 기꺼이 소화해낸다. 이처럼 우리가 만족한 삶과 기대치는 항상 거리감이 있다. ‘낯섦의 안테나’를 통해, 그 거리감에는 극복할 수 없는 처절한 아픔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아픔을 극복하고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우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칭찬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나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유익을 구하는 것임을 기억하자. 어떤 관계든지 이것만 적용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인간관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이지만, 상처를 치유해줄 유일한 약도 인간이다.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마을 언덕에 자리 잡은 아메리카노 냄새만 가득한 카페를 찾아 추억의 책장을 넘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 준비되었는가? 아메리카노 냄새 가득한 전봇대에 한둘 불을 밝히면 사랑하는 사람과 두 손 꼭 잡고 걸어볼 준비가 되었는가?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