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눈에 들어오는 과자가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과자는 보리 모양을 닮았거나, 바나나가 주원료이거나, 달걀처럼 고소하고 달콤하거나, 달달한 것이 중심이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과자는 추억을 머금고 있다. 그 추억의 뒤편에는 가난과 다양하지 않은 주전부리로 어쩌다 한 번 맛을 본 달달한 과자 보따리를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도 예전에는 한 봉지에 두툼한 양적인 면이 강조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사서 먹어본 보리, 계란, 바나나 등 다양한 과자는 먹을 것이 없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포장지는 불필요하게 크고 과장된 광고에 먹을 만큼 먹을 수 없는 과자가 그 안에서 고개를 불쑥 내민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한 마디로 ‘먹잘 것이 없다’라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양적인 면보다는 질적인 면을 중시하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청년 세대가 ‘캐러멜 마키아토’ 같이 달달한 ‘자판기 커피’를 선호하는 꼰대 세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친구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해 그리워하던 친구의 연락처를 어찌어찌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설렘으로 통화를 하고, 실제 만나서 얼굴을 한두 번 보고 나면, 시큰둥해지는 것이 우리의 살아가는 단면이다. 정말 보고 싶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만난 것인데,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그저 세월의 흐름을 간과한 체, 머리는 여전히 추억을 먹고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공허함에 빠지곤 한다.

직장에서의 기대감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 하나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직장생활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무엇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곤 한다. 나 자신 또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신입도, 관리자도, 다 그들의 위치에서 토해내지 못하는 수많은 ‘참고 참으며’ 허공에 수백 번 ‘참자, 참자, 인내하자’를 내지를 것이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