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창문 너머 장미가 필 때마다 뽀작 뽀그작 뽀작   

나른하게 널브러진 영혼은 콧노래를 부여잡고 

어찌어찌 버티다가 달콤한 10분간 휴식에 

옹기종기 쪼그려 앉아 먼 산 바라보며 나누는  

몽글몽글 담배 연기는 궁글긍글 핏발로 서리되어 내리고

달달한 커피 자판기 또르르 흐르는 눈물 가득 

한 모금 입가심은 무심한 세월의 강이 되어 흐른다   (박여범, ‘장미가 필 때마다’. 전문)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오월에 대한 아련한 이야기 주머니를 시로, 박여범, ‘장미가 필 때마다’ 전문이다. 다. 그 오월, 시인은 평생 배움의 터전인  선생님을 만났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로 만나 많은 꾸지람과 깨우침을 주신 선생님이 그리워 시인의 발길은 캠퍼스로 향했다. 그 시절이나 지금도 5월도, 장미도 한창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곳에서 예전처럼 선생님을 찾아뵈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밑줄이 그어지니 마음이 쓰려온다. 나 자신에게 너무나 무심한 세월이었다. 무심함보다 어쩌면 이기적이고 나만 생각하는 생활 방식이 결국 이 사단을 가져왔는지 모른다. 무심한 세월과의 게임에서 대패한 기분이다. 그렇지만, ‘이미 넘쳐버린 물’이라 자책하기엔 되돌리기 어려운 시간이 되어 버렸다.

장미가 피는 5월이면, 스멀스멀 ‘그리움’이라는 녀석이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는 분위기를 올려놓는다. 지척에 두고도, 뭐 그리 바쁘다고 찾아뵙지 못할까? 늘 그 자리에서 믿음직스럽게 서 계셔서 태양을 가려주는 우산이 되어줄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만 했을까? 밀려오는 후회만이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장미가 필 때마다, 장미가 필 때마다, 달달한 커피 자판기 또르르 흐르는 눈물 가득한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시대의 아픔을 꿋꿋하게 피우며 아련한 기억의 자리마다 무심한 세월의 강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가? 선생님과 함께 방긋 웃으며 멋진 기념사진 한 장 남길 장미 향기 가득한 5월의 캠퍼스는 지금도 그대로일까?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