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장 사이로 ‘꽃가마’ 무리가 불쑥 고개를 내민다. 정말 우연이었다. 미리 짜 놓은 계획도, 그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닌, 툭, 던지고 가는 ‘꽃심’은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를 머물게 한다. 출렁이는 ‘꽃가마’의 파장에 주변 바위들을 어디에다 눈을 맞추어야 할지 모른다. 

‘툭, 툭, 툭’ 던져지는 짧고 엷은 미소는 허공에 흩날리고, ‘꽃가마’를 바라보는 불특정 다수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에는 커다란 도화지가 펼쳐진다. 그 도화지는 푸르고 푸른 ‘청춘’의 보리밭으로 가득하다.

담장을 허무는 붉디붉은 꽃가마

출렁이는 물결 파장에 흔들리는 바위 동공 

사이로 알 수 없는 짧고 엷은 미소

툭, 툭, 툭 꽃송이 되어 허공에 던지고 

넓디넓은 도화지 가득 붉은 물결 넘실넘실

가냘픈 춤사위는 답이 없는 흩날림에 

점이 되어 버린 꽃심처럼 빠알간 나비 되어

보리밭 가득 너울대는 푸르른 청춘이다 -박여범 <꽃심> 전문-

아침 운동에서 만난 진달래와 철쭉 가족에 대한 짧은 생각을 정리한 시다. 깔끔하게 정리된 바위틈에도, 이웃을 알 수 없는 담장에도, 대화를 가로막는 울타리 위에도, 거침없이 눈이 부시게 청춘을 뽐내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청춘은 푸르를 수밖에 없다. “너울너울 붉은 꽃심이 봄의 나비를 끌어당기네요^^~”(정00님) 라는 SNS에 달린 댓글이다. 강조하지 않아도 ‘너울너울 붉은 꽃심’은 ‘봄의 나비’인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활짝 피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