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아니, 주말에 누가 문자를 보내겠어요? 제가 알아보고 문자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던지요! 알아서 해 보세요? 내는 다신 전화 안 할 테니 말이요?”

듣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듣게 된 통화 내용은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순님의 태도였다. 그녀는 상대방의 지저분한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할 말은 다 하고 우리를 향해 미소로 화답했다.

“뭐야, 박순님, 안 죽었어, 걱정하지 마, 괜스레 신경을 쓰게 했네. 누가 주말에 문자를 보내서 이 진상이 전화하게 만드는 거야?”

“어려운 문제면 같이 고민해요? 직장 동료가 좋다는 게 뭐 이런 거 아니겠어요? 말씀해 보세요? 사실 다 들려서 대충 감이 오긴 해요?”

대장금 촬영 장소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자유롭게 내소사를 눈에 담기 위해 움직였다. 화장실로, 대웅전으로, 특산물 판매 장소로 이동하면서 추억 만들기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 순님이는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마무리한 내소사 나들이는 ‘느티나무’ 식당에 자리를 잡고 ‘바지락 칼국수’와 ‘산채비빔밥’을 덤으로 주문하였다. ‘뭐야, 이 사람, 또 전화했네, 벌써 몇 번째야, 짜증나게? 어쩌자는 거야?’그때 순님이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네, 제가 문자 드렸잖아요? ‘다시 제 직장에서 문자가 오면, 스팸이나 차단을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입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그리고 제가 00도 말을 잘 알아듣기가 어렵네요? 또박또박 말씀해 주세요?”

“웃기고 있네. 뭐 어쩌라고.”

“어쩌라고요? 뭐야, 이 사람, 00도 사투리라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네. 미치겠네.”

순님이의 전화 통화 내용을 내 나름대로 더듬어보니, ‘코로나 19, 문자, 학부모, 직장, 우리 아이, 잘못된 전화번호, 경상도, 스팸, 차단’ 이라는 단어로 얼추 정리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순님이와 눈을 맞추고 손짓으로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귀에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는 그녀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았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고객님? 무슨 문제인가요?”

“어라, 남자네. 야, 야, 남자다, 뭐야 당신? 남자 새0네. 아, 욕이 나오네. 개00.”

“아, 고객님, 직장 동료입니다. 지금부터 녹음 들어갑니다. 동의하지 않으셔도 법적 책임을 본인에게 있으신 거 잘 알고 계시죠? 우리 직원이 문자가 잘못 전달되어 월요일에 해결해 드릴 테니 스팸이나 차단 부탁드렸다는 데 사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에! 예, 네네 엥, 네 맞아요, 이 남자 뭐야? 남자네, 남자? 어허, see발, 고객님이라고 나더러, 겁나 재수없네 DOG son, 녹음 지랄 염병, 퉤퉤......”

“아, 네, 고객님, 고객님, 고객님, 말씀하세요”

“......”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