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이 있는데도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많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8년 한해만 2,400여 명이다. 50-60대가 절반가량이었고, 10명 중 7명은 남성이었다. 2019년 상반기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1,362명이다.
이 가운데 895명은 유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전체의 65%이다. 무연고 장례를 치를 때 유족들은 시신을 지자체에 넘긴다는 '시신 위임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가족과의 단절'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대부분 수십 년간 연락이 두절됐다. 절반가량이 가족의 해체가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무연고자 문제에 직면했다. 일본의 어느 작은 마을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4천여 명이 거주하는 도쿄 오야마 단지는 주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이다. 점심 무렵, 주민들이 하나 둘 회관으로 모여든다. 한 쪽에선 전통 춤을 배우고, 다른 방에선 노래 연습이 한창이다.
꽃꽂이와 서예 등 주민 스스로 만든 소모임만 180여 개다. 1년 내내 각종 행사가 끊이질 않는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마을 자치회다. 주민들의 자치회 가입률은 무려 100%로 일본 평균의 두 배다. 주차장 관리나 공원 청소 등도 시의 위탁을 받아 모두 주민 스스로 해결한다.
고령자 입장에선 집 밖으로 나와 용돈과 건강을 챙기고 친구까지 만드니, '1석 3조'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른바 '가까운 이웃집' 이란 점이다. 이웃집에 우편물이 쌓이는 등 이상한 점이 감지되면 반드시 자치회에 연락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그 결과 지난 10여 년 동안 쓸쓸한 죽음, 즉 고독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고독사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던 비결은 정부의 거창한 대책이 아닌 바로 가까운 이웃들인 셈이다. 예비 무연고 사망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사회에 많아지고 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그늘인 '무연고자' 문제를 집중 조명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