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다보면 가끔 느끼는 것이 있다. 사람의 상식이라는 것이 참 허망하구나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전통이 견고한 건축물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다. 때로는 상식이라는 게 잘게 부서진 유리조각이 될 때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상식과 전통을 고집한다. 그 상식과 전통이 기득권을 움켜쥔 쪽에서 나온 것일 경우에는 더욱더 기를 쓰고서 고집한다. 다들 안정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애를 쓰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은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특권을 누리면서 쉽게 자만에 빠진다. 그런데 상식에는 양면에 칼날이 있다. 선택받지 못한 쪽에서 갖고 있는 상식에도 문제가 있다. 그 상식이 흠모 비슷한 짝사랑이었거나 일종의 마취된 편견 같은 것이었음을 깨달을 때는 뒤통수를 크게 한방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이 있을 터이다.

 에둘러 말하다보니 서두가 서투르게 헝클어졌다. 그래도 이것은 국내의 대학교들 때문에 갖게 된 생각이다. 고등학교 졸업반이든 재수생이든 각 대학교를 평가할 때는 등급이 있기 마련이라서 말이다. 어느 나라고 일류 대학이 없을 수는 없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게 너무 심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신선한 소식이 연거푸 들리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깨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최고 수재들이 선택하는 대학교가 뜻밖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도 큰 것은 아마도 그 같은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싶다.

 지난 해 이맘 때 읽었던 신문기사가 있다. 중국의 31개 성(省)과 시(市)와 자치구 (自治區)에서 지역별로 실시된 대입시험(高考)에서 문과와 이과에서 수석합격자 70명이 배출됐는데 그들 중 상당수가 뜻밖의 선택을 했다. 최고 일류대학으로 정평이 나있는 문과의 명문 베이징대(北京大)도 아니고 이과의 명문 칭화대(淸華大)도 아니었다. 그들은 홍콩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 같은 현상은 작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예년에도 있었는데 주목이 되는 것은 그 같은 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도 비슷한 기사가 났다. 그러자 고득점 학생들을 대거 빼앗긴 북경대와 칭화대 관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투자를 늘려서 교육의 질을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고의 대학이라면 줄줄이 떠오르는 대학이 있다. 그 학교들은 해방이후 부동의 위치에 있다. 다른 그 어떤 학교들이 감히 넘보지 못할 만큼 강고하다. 그 대학교들은 난공불락의 명성을 갖고 있다. 비유컨대 철옹성 대학교들이다. 그런데도 그 학교들은 세계의 유수한 대학교하고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안에서는 일류일지 몰라도 밖으로 나가면 이류나 삼류로 전락하게 된다. 

 언젠가 서울대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말했던 분이 생각난다. 그분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서울대에서 오래도록 후학들을 가르쳤던 분이다. 그분은 학문을 연구하고 정진한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지명도가 높았던 분이다. 그런데도 그분은 그처럼 파격적 발언을 했다. 왜 그랬을까.
@반값등록금 문제로 대학가가 시끄러운 요즘이다. 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경영진과 교수진이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기득권에 안주하여 밥그릇만 챙길 줄 알았지 정작 교육의 목적은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변해야 사는데 변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