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것을 찾아서

현대인들은 궁금증 환자들이다. 그들은 수많은 매체들로부터 끊임없이 쏟아지는 광고와 유행하는 것들에 안달을 한다. 유선의 텔레비전, 인터넷에서 지금은 무선의 스마트폰에 아이패드까지 실시간의 정보를 한시라도 접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일과를 흐트러뜨리고 만다. 옆집에 누가 사는 지보다는 연예인의 사생활이 더 궁금하고 남편의 일상보다는 드라마에 나오는 그 못된 년의 다음 변명거리가 궁금하다. 그래서 그런 매체들이 쏟아내는 정보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안락을 취하고 자신들을 위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매체들이 병도 주지만 치료도 해주는 의사인 것이다.
농업중심 시대에서 자본이 중심이 된 세상이 되면서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도시로 모이게 되었으며 중?소도시 사람들은 대도시로, 또 대도시 사람들은 해외로 끊임없이 이동을 하게 되었다. 쌀이 나오는 것도, 반찬거리가 나오는 것도 아닌 도시로 사람들은 긴 행렬을 이루었고 쌀?보리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시는 아스팔트길에 시멘트벽들이 전부이다. 그곳에 사는 도시인들은 쇳소리를 내며 꽥꽥거리는 소리를 지르는데도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이라는 것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향을 등지고 옛 식의 근본을 버리면서 ‘노마드(nomad)’의 생활을 자청하는 것이다. 유목민이 한 곳의 먹을거리가 떨어지면 다른 목초지를 향해 이동을 하듯이 현대인들은 직장을 따라 긴 여정을 한다. 그러니 그들은 다시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을 위해 주거 마련부터 생활도구를 마련하고 주어진 환경에 익숙하기 위해 또다시 주변을 기웃거려야 한다. 그런 생활의 반복, 유목민의 생활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그런 와중에 그들이 기댈 것은 멀리 떠난 고향이 아닌, 소비하는 것을 유일한 미덕으로 안다.
데카르트의 ‘코기또(cogito)’가 지금 시대에는 광고문구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소비를 한다. 소비를 함으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소비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최대의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유목민의 심성을 알아차렸는지 다국적기업과 매체들은 세계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방송하고 색다른 것들을 상품화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차별 광고를 해대는 것이다. 더구나 인공위성까지 쏘아 올려 광고를 해대니 지구별의 어느 인간이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한편으로, 궁금증의 환자들을 치료해 주는 매체와 대기업들. 그들에게 현대인들은 너무 비싼 치료비를 주고 있다. 자신들의 생활이나 인간 본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오직 매체 속의 한 인간으로, 쳇바퀴를 도는 개미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매체를 떠나 홀로 살 수도 없는 처지에서 인간들은 날로 연약해지고 할일 없는 고깃덩어리 존재로 남는 것은 아닐지. 진정으로 궁금증 환자를 벗어나는 길은 오직 고향-흙-을 멀리하지 않고 인간의 심성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신의 아이패드에는 인간의 상상까지도 지배한다고 하니 한시도 게으름 없이 자신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어차피 다국적기업도, 매체광고도 아이패드도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