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어지러운 세상에 당당하게 허리를 세우고

세상이 마치 제 것인 양 자연스럽게도 

초대장도 없이 뜬금없는 너는, 입 안 가득 

비말거품 허벌나게 물고 은근슬쩍 다가온 너

공포와 불안의 마스크 전쟁에 줄을 서더니

황망하게 확진의 불에 시너를 찌끄리고 

화생방 훈련보다 더 희귀한 바이러스 파티를 여니

새로운 세상에 도대체 너는? - 코로나 19

너도나도 반갑다는 두려운 외침에

새로운 세계를 향한 해녀의 힘없는 자맥질은 

바구니 하나 가득 한숨으로 가득하고

타버린 영혼 거리두기에 밝게 웃으며 두 번 절하니

천국 문은 이미 열려 있고 세상은 너희 것이니 

어화둥둥, 탕탕해진 갑친 집단 허풍위세에 

코로나 부대의 검디검은 폐를 부여잡고 팩트에 

팩트를 외치며 깊은 잠에 빠진 너를 만나러 간다 (시인 박여범 ‘깊은 잠에 빠진 너’)

위의 시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당당하게 허리를 세우고/세상이 마치 제 것인 양 자연스럽게도/초대장도 없이 뜬금없는 너는, 입 안 가득/비말거품 허벌나게 물고 은근슬쩍 다가온 너/는 진정 해야 할 일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명료하다. 그것은 바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비협조적이며’ 숨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너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코로나 19와 일부 종교집단에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주일 오후, 아내와 주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깜박하고 마스크 착용을 놓쳤다. 산책로는 이미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만원이었다. 자전거 도로는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뒤엉켜 움직이고 ‘우리 동네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어?’ 라고 놀랄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왠지 부끄럽고 죄지은 느낌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많은 인파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상대방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권리’를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에 충실한 것인가? 산책하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라는 곳까지 생각이 미치자 죄인처럼 부끄러웠다. 

이처럼, 사소한 실수로 인한 일상의 삶은 어떤 상황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산책과 마스크 부재가 가져다준 사회적 의무는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해야 하는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소하지만 쉽게 행동해서는 안 되는 일이 바로 ‘팩트‘다. 이 ’팩트‘는 이기적인 소수에게 던지는 질문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팩트’를 구별할 줄 아는 매서운 눈과 생각이 필요하다. 자기반성을 통한 ‘팩트’를 알리고 실천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와는 상반된다. 그래서 항상 문제는 ‘팩트’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팩트’가 진정한 ‘팩트’다. 그러나 어느 것이 ‘팩트’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