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람의 손

작업을 하느라 자판을 두드리다 피곤해지면 손을 잠시 내려놓고서 물끄러미 굽어볼 때가 있다. 손바닥과 손가락을 활짝 펴고 앞뒤로 돌리면서 보다보면 우리 사람의 손은 참 경이롭다. 다른 동물들의 그것과 비교해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정교한 감각을 겸비한 도구라는 발견에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이다. 손을 이용해서 바늘에 실을 꿰어 자수를 놓기도 하고, 건물 벽에 커다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하고, 언제 대미를 장식할 지 알 수 없는 대하소설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공예인은 불가능의 한계를 넘어서 상상의 극한에 이르렀다고 할 만큼 섬세한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사람의 손은 감각이 예민하고 기능도 풍부하다. 어떤 물건이 손끝에만 닿아도 사람들은 그게 무엇인지 눈을 감고서도 금방 알아차린다. 옷감인지, 종이인지, 피부인지, 나무인지, 돌인지, 금속인지를 다른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렇다. 한두 번 감각한 적이 있어서 기억에 새겨둔 것이라면 사람이 못 알아맞히는 물체는 별로 없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그 물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사람의 손은 물건을 잡거나 쥐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기구를 조작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사람의 손에는 감정이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오랑우탕에게 바나나를 내밀면 오랑우탕은 주는 사람의 얼굴과 바나나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바나나를 움켜쥔다. 그때 오랑우탕의 손에는 저 나름의 감정이 실려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오랑우탕보다도 훨씬 우월한 영혼인 사람의 손에 따뜻함과 사랑이 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래 만나지 못한 친척이나 친구를 만나면 사람들은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는데 그때 누구나 상대방에게서 전달돼 오는 반가움의 정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책을 보았더니 사람의 양손은 모두 50개 이상의 뼈로 이루어졌다고 나와 있다. 인체에 있는 모든 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라고 한다. 우리 사람의 손은 뼈와 관련하여 인대가 정교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엄지손가락 장난을 해본다. 엄지손가락은 안장관절로 연결돼 있어서 같은 손에 있는 다른 손가락과 얼마든지 쉽게 맞닿을 수가 있다. 엄지손가락은 모든 손가락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장관절은 말안장처럼 생긴 두 개의 관절 면이 서로 직각으로 마주보고 있다. 이 관절은 함께 연결된 다른 조직과 협력하여 엄지손가락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준다.
손을 움직이려면 세 가지 근육이 함께 움직여줘야 된다. 가장 큰 힘을 내는 근육은 신근과 굴근이다. 이 근육들은 팔뚝에 위치해 있다. 이 힘줄들을 통해서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만약 이 근육들이 손에 있다고 가정하면 손이 엄청 커져서 불편하기 짝이 없을 터이다. 굴근과 신근에 비하여 훨씬 작은 근육이 손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손을 이용해 정밀한 수작업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의 손은 살아있는 센서이다. 사람의 손끝 감각이 예민한 까닭이다. 손가락 마디 안쪽 1제곱cm 정도의 피부에는 약 2천5백여 개의 감각 수용기가 있다. 그 감각 수용기들은 기능이 제 각각이다. 질감이며 온도며 습기며 진동이며 압력이며 통증 등 여러 가지 것들을 감각해내는 것이다. 우리 사람의 손은 걸작품 중의 걸작품이다. 인류가 고안해낸 그 어떤 센서보다도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 이 희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