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혼돈의 시간을 시절, 나의 ‘절친’은 라디오였다. 

뉴스와 음악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상식’이라는 저금통을 채워가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없던 아날로그 시대였다. 

친구들과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종이에 적어, 틈만 나면 경쟁하듯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목청껏 악동뮤지션이 무대를 펼치곤 했다.   

그 시절, 내 머릿속은 ‘교회’, ‘봉사’, ‘기도’, ‘알바’, ‘가난’, ‘행복’, ‘사랑’, ‘대학’, ‘우정’, ‘친구’,‘인생’, ‘철학’ 이라는 단어는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부모님을 원망한 기억은 없다. 오히려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볼 때면 몰래 뒷동산에 올라 눈물을 흘리곤 했다. 

책읽기를 좋아하던 내가 어느 날, 이름도 없는 ‘신인가수’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와 가사는 나의 절실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대 사랑하는 난, 행복한 사람, 떠나갈 땐 떠나~(중략)~어두운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다가~’로 시작되는 이문세의 데뷔곡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 노래를 통해 내 인생 최초의 ‘가수 이문세’를 만났다. 

얼굴이 길어 ‘말’이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으며 발표하는 노래 - ‘붉은 노을’, ‘눈’, ‘광화문 연가’, ‘소녀’, ‘옛사랑‘, ’알 수 없는 인생‘, ’난 아직 모르잖아요‘,  ’할 말을 하지 못했죠‘,  ’깊은 밤을 날아서‘ - 마다 ‘전설’이 되어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고향 대문 앞에 서 있던 커다란 ‘살구나무’는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이다. 그 ‘살구나무’에 꽃이 필 때가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2010년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 삽입된 OST이자 이문세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눈물이 난다 이 길을 걸으면 그 사람 손길이 자꾸 생각이 난다

-붙잡지 못하고 가슴만 떨었지 아름답던 사람아

-사랑이란 게 참 쓰린 거더라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더라

-이별이란 게 참 쉬운 거더라 내 잊지 못 할 사람아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